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강원도 정선에서 자연주의

동곡 2005. 3. 17. 11:45
강원도 정선에서 자연주의 건강론 펼치며 사는 김종수씨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한 걸까. 크고 넓은 집? 화려한 집? 행복을 가져다 주는 기준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림산방의 김종수씨를 만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귀틀집, 계곡에 세워놓은 정자, 그리고 가족들이 사는 본채, 음식 저장고 등으로 이루어진 기림산방에는 전기도 없고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다. 문명 밖에 사는 사람과 그의 집.

▲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김종수씨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기림산방 전경.

“필요한 만큼 내 손으로 지어 내 삶 가꾸는 집”


김종수씨는 건강과 예절, 올바른 생활 태도를 연구하며 정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실은 이 말도 틀
린 말이다. 그는 생각보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의 집에는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나 세탁기도 쓸 수가 없다. 계곡에 흐르는 물로 목욕을 하고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한
다. 한 겨울에는 계곡의 얼음을 깨서 쓴다.

그런 김씨에게서 잘 지어진 집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옛 농가 한 채에 작은 부속채를 지어 나
가는 식으로 지금의 ‘기림산방’을 만들었다. 그 산방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도장이기도 하며 외부
와 접촉하는 세상과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의 집으로 오르는 길은 일반 승용차가 갈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울퉁불퉁하다. 그가 왜 그런 집에
살까. 산골이 깊고 인적이 많지 않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기림산방은 정선 아우라지를 휘돌아
온 강물이 동강으로 이어지는 초입에 해당되는 곳에 있다.


◀ 기림산방의 주인인 김종수씨와 그의 아내 현미정씨, 그리고 쌍둥이인 정하와 인하.

“이번을 끝으로 모든 방송과 신문 인터뷰는 거절할
작정입니다. 도무지 정진을 해나갈 수가 없어요. 이
러다가는 기림산방에 들어와 사는 뜻도 잃어버리겠어
요. 사람들이 모두 흥밋거리로 생각하니….”

그는 정말로 밀려드는 인터뷰와 흥밋거리로 여기는
세간의 관심에 질려 있는 듯한 표정이다. 그가 오랫
동안 건강 강의를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이곳에 산방을
세우고 교육과 수련을 한다. 함께 생활하면서 몸으로
터득케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씨 부부는 보기보다는 맑고 깨끗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랜 산중 생활을 익혀 와서인지 조
용하고 단호한 몸가짐 속에서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엿보인다.


▲ 산방 내부의 침실. 별채에 해당되는 곳으로 이곳은 강의와 휴식을 겸한 공간이다.
김종수씨는 9년 전에 현재의 기림산방으로 옮겨왔다. 신혼의 아내를 데리고 그가 산골 생활을 시작하
기 전에는 어엿한 대기업의 과장이었다. 대학시절 산악반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산속에 들어가 살
아야지 하는 꿈 때문에 도시 생활이 즐겁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서슴없이 따라 나선 아내 현미정씨도 산에서 만났다. 현씨는 젊은 시절 산에서 살아갈 만
큼 당찬 여자였다. 그리고 오랜 산 생활을 접고 한 남자를 선택했을 때에는 누군가에 기대어 살고 싶
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녀에게는 “벽만 붙어 있어도 좋을 정도”로 지금의 집에 마음
을 빼앗겼다고 한다. 별난 신혼 살림이라면 설명이 되는 말일까.


◀ 김씨의 ‘기림산방’ 본채 정면 모습.
벽면은 황토로 보수하고 나머지 부분은 단정하게 정리한 채 옛 농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지금 김씨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경태(9)와 쌍둥이 딸 정하(3)와 인하가
있다. 그들도 김씨의 건강 이론을 따라
생활한다.

이 집의 어느 구석을 둘러보아도 자연 그
대로이다. 꾸민 흔적은 고사하고 손을 본
느낌마저 없다. 그저 숲속의 한 형태로
있다.

집안에서보다는 집밖에 생활 공간이 많
다. 야외 식탁이며 대화 공간, 휴게 공간
이 나누어져 있으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
도 대부분 밖에서 이루어진다.

취사는 물론 빨래도 도시와 달리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숲과 계곡, 나아가서 자
연이 주는 혜택을 그대로 살렸다.

그의 집에 대한 형태나 짓기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것도 없이 그저 누구나 알
수 있고 실제 지을 수 있어 보인다. 그런 집에서 자연과 더불어 꾸밈 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꾸
며 살아가는 사람,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집, 정말로 보기 힘든 집이다. 오히려 귀한 집이라는 생
각마저 들게 한다.



전기도 없는 산속의 집

▶ 옛 농가를 개조하여 이용한 본채.
본채에는 구들과 재래식 아궁이가 그
대로 살아 있다
.


김씨와 현씨는 화전민 농가나 다름 없는
집 한 채를 구하고 그 옆에 기림산방을
구성하고 있는 별채와 음식물 저장고,
여름 생활을 하는 정자를 지었다.

본채에 해당하는 건물은 기존의 집을 약
간 손보는 정도로 하고 구들이나 아궁이
등은 그대로 살려 옛 주거 형태를 유지하
고 산다.

별채의 귀틀집은 주변 야산에서 나온 낙
엽송이나 소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집 앞
의 흙을 이용하여 지었다. 귀틀집은 김씨
가 ‘건강 수련’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
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장소이다.

“별채를 짓는 데는 큰 기술 없이도 가능
합니다. 이 곳에 오기 전이야 어디 집을
지어 봤겠습니까? 대화 공간인 별채를
만들고 휴식 공간인 정자를 만들면서 호사스러운 집이나 화려한 집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이제 사람이 건강해야 세상이 바로 섭니다. 이곳은 수련 공간이기 때문에 정말로 건강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할 겁니다.”

또다른 별채에 해당하는 음식물 저장실은 황토 벽돌로 지었다. 냉장고를 대신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음식물 저장실은 아주 단순하고 지어졌다. 짓는 방법도 따로 있거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
다. 사각의 벽과 지붕만 있는 공간이다.

▲ 옛 농가를 개조하여 이용한 본채. 본채에는 구들과 재래식 아궁이이가 그대로 살아 있다.
큰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간단하게 집을 지었는데 이는 머리는 차고 빨과 배는 따뜻해야 한다는 그
의 건강이론 때문이다. 김씨는 “옛날 집은 모두 과학적이며 합리적으로 지어졌다”고 설명한다(왼
쪽 사진). 집은 귀틀집 형식으로 지었고 창문도 김씨가 직접 만들었다(오른쪽 사진).



음식물 저장실에는 황토 바닥에 항아리가 여러 개 묻혀 있는데 김치를 주로 보관한다. 겨울이 빨리
오는 이곳에서는 11월에 김치를 담가 이듬해 9월까지 먹는다. 창고 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김치 맛
은 상큼하면서도 감친다.

그리고 김씨 부부가 두 달 동안 만들었다는 정자는 여러 명이 어울려 대화를 나눌 만큼 넓다. 계곡
에 걸쳐서 세워진 정자는 인근에서 베어 온 낙엽송과 소나무로 지었다. 이 또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
을 정도로 단순하게 지어졌다.



▶ 귀틀집으로 지어진 별채의 모습(위 사진).
황토 벽돌로 지은 음식물 저장고. 11월에 김장을 하면
이듬해 9월까지 먹는다. 냉장고가 없는 산방에서는 중
요한 공간이다(아래 사진).



자연주의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사실상 호사스러
운 집은 애당초 필요가 없는 듯이 보인다.
정자는 여름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활 공간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강의와 수련을 하는 공간이 되
기도 하고 식사와 휴식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정자와 음식물 저장실 사이에는 3평 남짓한 귀
틀집이 형체만 드러낸 채 공간을 이루지 못하고 서 있
다. 이곳은 목욕실로 쓰여질 장소이다. 올 가을에는
완성시킬 작정이란다. 귀틀집 형태로 짓고 있다.
집은 그가 산중에서 체득한 삶의 원리와 건강론을 펼
치는 공간이다.

“강의를 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옳다고 인정하면서
도 지나고 나면 실천을 하지 않았어요. 찾아다니며 하
는 강의에 회의가 들었지요. 그래서 이곳에 직접 생활
하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꾼 셈이지요. 이곳
을 거쳐간 수련생들은 도시에 나가서도 잘 실천하는
편입니다.”

그의 건강 이론은 남다른 데가 있다. 예의를 지키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그의 건강학을 실천하기 위해서
는 상당한 인내와 절제가 필요하다. 평소 생활 습관과
언어 생활도 바꾸어야 한다. 일종의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체득하는 것이다. 생각 만
큼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단한 정진을 통해 건강한 삶을 얻어가는 것이다.

건강 수련을 하기 위해 기림산방에 들어온 사람은 공동 생활을 하게 된다. 식사 준비에서부터 일하
기, 잠자기까지 개별 행동은 주어지지 않는다. 공부하고 수련하는 동안 모두가 취사는 물론 세탁까
지 함으로써 도시에서의 일상 생활을 잠시 접어야 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 있으
면 된다.



건강을 지키는 집

◀ 목욕탕을 짓고 있는 모습(맨위 사진).
야외 식탁. 산방에서는 대부분의 생활 공간이 외부에 많이 만들어져 있다(가운데).
산방에서는 계곡물을 식수와 빨래하는 데 쓴다(맨아래 사진).


그의 건강론은 부부 간에 존대를 해야 건강해진다는
것. 공경한 말투 속에 건강이 있다. 지금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잃고 자신밖에 모
르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혼탁해졌다고
설명한다.

절제된 행동, 금욕적인 생활 태도를 많이 강조하는
김씨는 한때 건강 교육을 하는 유명 강사였다. 건강
을 위해서는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수련 방법에 동참하고자 김씨의 건강학교에 참
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오늘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 준다.

그의 건강법을 살펴보면 주거의식에서도 그대로 엿보
인다. 잠을 잘 때에는 베개를 베지 않고 정자세로 천
장을 보고 바로 누워 잔다. 머리는 차갑게, 발과 배는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가급적 구들이 있는 곳에서 생
활하며 화를 내지 않는다.

걸을 때에는 발걸음을 11자로 하여 차가운 물과 음식
을 먹지 않는다. 그의 수련 과정은 노동하기, 식사 준
비하기, 빨래하기, 예절 익히기, 존대말 하기 등 일상
생활과의 연관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길들여진 생활 습관에 단숨에 바꾸
기는 매우 힘들다.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다.

그의 건강학교에서는 단식이나 굶기, 호흡법 등에 대한 수련도 겸한다. 단식의 경우는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수련생들 대부분이 잘 익힌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지어진 집, 형식과 기술이 없는 집, 필요한 만큼 내손으로 지어 내 삶을 꾸리는 공간이 바로 김씨의 기림산방인 셈이다

출처 : MOON하우징디자인연구소
글쓴이 : 대장목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