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

[스크랩] 샘골농원 이야기 <제 1화>

동곡 2006. 3. 11. 16:08
▣ 산골로 온 사연
● 소위 산업개발 세대로서 60년대 후반부터 삼십 수년간을 공직에서,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해 오다가 나이 육십이 되어 정년을 맞아 퇴직했습니다. 오랫동안 제도권 틀 속에서 생활 하다가 풀려나면, 심신이 쉽게 흐트러져 곧 늙어 버린다는 얘기도 있어, 뭔가 할 일을 구해보려고 실버 취업 박람회장 같은 곳도 기웃거려 봤지만 전과 같은 열정을 되살려 몰두해 볼 만한 마땅한 일을 찾는 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주위사람 모두가 바쁘게 설치는 것 같은 도회지에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한심스러워 탈 도시를 결심했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지어낸 소리 같지만 "인생은 육십부터"란 말도 있기에 용기를 내 강원도 횡성 깊은 산골에 자리를 잡고 조그마한 농원을 개발해 활기 있는 노년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 산골 정착 과정
◎ 땅 마련하기
● 좋은 터를 고를 때 쓰는 "좌청룡 우백호" 까진 그만 두더라도 최소한 "배산 임수"(뒤에 산을 등지고 앞에 물이 흐르는)만은 갖춘 땅을 찾아 여러 군데 매물들을 둘러 봤습니다.
땅을 보러 다니면서 몇 가지 체크리스트(점검항목)를 만들어 나름대로 점수를 매겨가며 비교평가를 했는데 그 항목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서울서부터의 거리 및 소요시간 <150Km이내/3시간 미만>
② 도로상태 및 부지접근 용이성<비포장도로라도 차량진입 가능할 것>
③ 터가 향하고 있는 방향 <동∼남향 일 것>
④ 지형 및 땅의 형질 <대형 토목공사 없이 건축물 축조 가능 할 것>
⑤ 토양 비옥도 및 가경성 <농작물 경작이 가능 할 것>
⑥ 해발 표고 <300m∼500m 범위 일 것>
⑦ 부근 취락구조 <전통적 산촌마을 일 것>
⑧ 주변 풍광 <청정계곡 인접하고 산림수목이 풍성할 것>
⑨ 전기 전화 인입거리 <추가비용 없이 가설 가능할 것>
⑩ 토산물 특산 지역성 <고유의 지역 특산물이 있을 것>
⑪ 공지 활용성 <국공유림에 인접하여 활용이 가능할 것>
⑫ 은둔성 <탈 도시의 취지에 맞게 한적하게 사는 즐거움을 누릴 만 할 것>
● 그렇게 해서 최종 낙점한 곳이 이곳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 샘골이란 골짜구니 인데 위의 조건을 그런 대로 모두 충족시키는 절묘한 곳입니다. 이 지명은 시중에서 흔히 팔고있는 12만 분의1 지도책에서 찾아보면 기특하게도 해발 3-4백 미터의 등고선 어간에 빠끔히 얼굴을 내 밀고 있습니다. 아직 까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깊은 산 속 오지이고 특히 1급수가 흐르는 청정계곡을 끼고 있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 다만 마지막 항목 "은둔성"이란 면에서는 그것이 좀 지나쳐 처음 찾아오는 친구 중 입이 험한 녀석은 대뜸 "야, 너 미쳤냐, 뭐 한다고 이 산속까지 들어왔냐" 그러는 거고 좀 점잖은 친구는 "야, 너 대단하구나, 어디 얼굴한번 다시 보자"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겁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이태백의 산중문답에 나오는 "소이 부답 심자한"의 심경에 젖어보곤 합니다.


山中問答 <李 白>

問余何意棲碧山/문여하의서벽산 (뭇노니 그대는 왜 푸른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웃을뿐 대답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띄운 물은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세상 아니네)

<계속>
출처 : [공식]♡귀농사모♡
글쓴이 : 백승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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