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老 테크 | ||||||||||||||||||||||||
[커버스토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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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전문기자 view@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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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할까. 건강과 부가 행복의 필요 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배우자나 자식, 친구 같은 인간 관계의 ‘질’이 노후 행복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의 도래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지금, <시사저널>은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 보았다. 이런 시도가 한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깊은 울림을 던지리라 기대한다. |
이모작으로 수확한 ‘신나는 노후’ | ||||||||||||||||||||||||||||||||||||||||||||||||||||||||
‘제2 인생 개척’성공 사례 / 정년 전에 계획 세워 미련 없이 직업 전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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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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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기댈 만한 국가의 사회 복지 체계도 변변치 못하다. 그야말로 노년을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상자 기사 참조). 결국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가 주장했듯이 ‘이모작 인생’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일찍부터 이모작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한 이들의 노년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풍요롭다. 택시 기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기선씨(62)가 좋은 예다. 그는 서울은행, 중앙투자금융 등 금융 회사에서만 39년 동안 근무했다. 외환위기 때에도 대표이사 직을 세 번이나 연임할 정도로 ‘잘 나가는’ 금융 회사 CEO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제2의 인생을 위해 CEO 임기 1년을 남기고 택시 기사로 직업을 바꾸었다. 김씨는 “환갑날 개인 택시를 사겠다는 계획을 젊었을 때부터 세웠었다. 그 계획에 맞추려면 3년 동안 법인 택시 기사로 일해야 했다. CEO 임기를 마저 채우고 1년쯤 늦게 법인 택시 기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목표를 위해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다. 계획대로 환갑 때 개인 택시를 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기선씨가 제2의 직업으로 택시 기사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제일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종이고,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늙으면 번 만큼 쓰면 그만이니 속 편한 직업이 최고’라는 그의 철학과 딱 들어맞는 직업이기도 하다. 김기선씨는 “젊었을 때는 화려하고 머리 쓰는 일을 하면 좋겠지만 늙어서는 육체 노동을 해야지. 적어도 85세까지는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금융 회사 CEO에서 택시 기사로 대변신 김씨는 택시 기사를 하면서 여가 생활도 짬짬이 즐긴다. 아내와 함께 해외 여행도 하고, 쉬는 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하러 간다. 택시 끌고 골프 하러 오는 그를 야릇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택시 수입으로 해외 여행과 골프를 즐기기란 빠듯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는 법은 없다. 여력 만큼 할 뿐이다. 그는 택시 기사를 하면서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날마다 한 시간씩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신바람 나게 일하다 보니 잘 먹고 잘 잘 수 있게 되었단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이모작 인생을 배우자가 적극 성원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씨는 “돈이 있든 없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부부 금실이나 가족 관계도 더 좋아진다. 은퇴한 뒤 마누라에게 구박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내 아내는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더 예뻐한다.” 강원도 평창에서 ‘운중천삼방’을 운영하는 임동철씨(54) 역시 일찍부터 제2의 인생을 준비한 덕에 노년이 두렵지 않다. 임씨에게는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오가피·헛개나무 같은 한약재가 ‘연금’이나 마찬가지다. 임씨는 아내와 함께 3천평의 밭에 한약재를 재배하고, 이를 가공·판매하고 있다. 경기은행에서 20년간 근무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직장을 그만두고, 미련 없이 평창으로 내려갔다. 세찬 감원 바람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직장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제2의 인생 계획이 서 있었다.
임씨는 “평창에 와서 얻은 것이 있다면 건강과 욕심 없이 사는 자세다. 아내와 늘 붙어 다니다 보니 금실도 좋아졌다. 사는 게 별건가. 필요한 만큼 벌 수 있고, 일 마치고 아내와 저녁 먹으면서 반주 한 잔씩 하는 거, 그거면 족하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처음에는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임씨 부부는 동네 사람들보다 더 ‘촌사람’ 같다. 물론 임씨 부부의 이모작 인생 행로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계획이 당겨지는 바람에 초·중·고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서울에 두고 부부만 내려와 살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이산 가족’이 되어 7년여 동안 생활했고, 그 사이 자녀들은 성인으로 자랐다. 임씨는 “이곳에서 제2의 직업, 제2의 인생을 얻었지만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이모작 인생 설계야말로 ‘일찍 시작하라’이다. ‘사오정’ ‘오륙도’까지 기다렸다가는 갑자기 불어닥친 ‘복병’을 만나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최윤희씨가 ‘멋진 노후를 위한 준비와 공부는 30, 40대부터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멋진 노후를 예약하라>). 그런 점에서 김수정씨(39)의 경우는 이모작 인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될 만하다. 그는 누구보다 일찍 제2의 인생에 눈을 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씨는 지금 전직을 벼르고 있다. 이미 선생님은 그만두었다. 그가 선택한 다음 직업은 재정설계사(FP)이고, 이 직업인이 되기 위해 그는 현재 제법 고된 교육을 기꺼이 받고 있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도 교사가 되기 위해 야간 교육대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은 요즘 세태에 김씨의 선택은 의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 버금가게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교사에 대한 김씨의 견해는 이렇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는 학교도 평생 직장이 아니다. 정년이 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경우도 많고, 사학연금이 나온다고 하지만 우리 세대 교사들에게는 기댈 곳이 못된다”라고 털어놓았다. 출생률이 떨어져 교사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추세에서는 교사 역시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씨가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상황 인식이다.
그녀는 새 직업의 전도가 유망한 것도 고려했다. 앞으로 한국도 선진국과 같은 금융 경제 시대로 접어들 것이고, 그러면 재정설계사가 각광 받는 직업이 되리라고 본 것이다. 자원 봉사로 ‘보람 있는 노후’ 찾기도 물론 제2의 인생에서 반드시 돈을 벌어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고령 사회 지식경영 전문 사이트 ‘웰비즈(http://welbiz.co.kr)’의 김동선 대표는 “돈이 여유 있는 노후의 밑거름이 될 수는 있겠지만 노후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서 행복한 노후가 100%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마흔 살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 대책 일곱 가지>중)에서. 그는 건강을 지키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죽는 날까지 자기 삶에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은퇴 혁명 시대의 노후 설계>를 펴낸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도 “노후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돈과 함께 외로움이다. 사회 봉사 활동 등이 노후의 고독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노년기에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 등을 나누어주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제2의 인생에서 자기 삶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서울 청계천 관광안내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최형배씨(66)는 남을 돕는 일에서 그 길을 찾았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66년부터 20여 년간 현대건설에서 일했다. 현대건설을 그만둔 뒤에는 제지 공장에 근무하거나 중계무역업에 몸담았고 외국어 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일터에서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고 60세가 되면서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니 푹 쉴 수도 있었지만, 최씨는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쉴수록 몸과 마음이 더 빨리 늙는 것 같았던 것이다.
최씨는 월드컵 기간 내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영어 통역을 했다. 최씨는 “노인이라고 집에서 쉬며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을 썩힐 것이 아니라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자원 봉사가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자원 봉사를 하면 사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삶의 의욕도 생기고 젊어지는 기분이 드니 일석이조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 함석헌 선생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카메라로 사진을 잘 찍으려는 것은 셔터 누르는 그 순간을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도 죽는 그 순간 자신의 모습이 그 한평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며 최씨는 여생을 봉사활동을 하며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광화문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1주일에 한 번, 그리고 청계천의 ‘관광안내소’에도 1주일에 한 번씩은 통역자로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자원 봉사에도 연령 제한(일반적으로 70세)을 두는 곳이 많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씨는 “외국어 실력은 젊은이들이 뛰어날지 모르나 예절과 주변 지식만큼은 노인 봉사자들을 따라올 수 없다. 노인 인력과 자원 봉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40~50% 이상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처럼 한국에서도 자원 봉사의 범주를 다양하게 넓히는 운동을 전개하는 등 자원 봉사 활동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한 사람의 일생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길어진 인생에 맞춰 바꾸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개인은 이모작 인생 설계를, 가족들은 새로운 관계 정립을, 그리고 사회는 고령 인구에 맞춘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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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잊고 ‘펀드’와 친해져라 | ||||||||||||||||||||||||||||||||||||||||||||||||||||||||||||||||||||||||||||||||||||||||||||||||||||||||||||||||||
행복한 노년 챙기는 ‘미래형 재테크’ / 해외 주식시장 노릴 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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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직장인 이 아무개씨(42)는 부동산을 처분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뒤라 다시 상가나 주상복합아파트 물건을 물색하고 있었다. 주식형 펀드를 적극 추천했다. 이씨는 과거 국내 주식시장이 5년 단위(1989, 1994, 1999, 2004년)로 주가 고점을 형성한 후 바로 하락했던 점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씨는 2009년에나 주식 시장이 고점을 형성할 것이므로, 2008년경에 주식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그 때 매수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적립식 펀드가 출현하면서 투자 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설명했다. 과거 5년 주기의 주가 순환 현상이 재현되지는 않으리라고 조언한 것이다. 마침내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펀드로 투자 방향을 바꾸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평생 2005년만큼 고수익을 거둔 재테크를 해본 적이 없다’고 전해왔다. 재테크 시장의 투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 투자 신화’는 옛말이 되고 있다. 이제는 재테크의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때이다. 낯선 방식의 재테크에 도전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응전하는 사람만이 자산 증식에 성공할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 적립식 펀드 ? 해외펀드에 주목하자. 현재 주식형 펀드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17조6천억원이 늘어났다. 과거 인기가 있던 채권형 펀드 규모는 지난해 24조원이나 감소해 현재 51조4천억 원까지 줄었다. 채권 관련 상품은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앞으로 채권의 절대 수익률 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확정금리형 상품도 저금리 시대가 정착하면서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자산 증식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바야흐로 재테크의 패러다임은 주식형 펀드 중심으로 완연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도·동유럽·중남미 펀드 ‘유망’ 5백만 계좌 이상 판매된 적립식 펀드도 주목 대상이다. 적립식 펀드는 투자 시점을 분할해 위험 요인을 분산시키고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가 고점을 의식하지 않고 기계적 매수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 상품의 특징이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는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에 접어들 때 중요한 수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세계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해외 펀드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브라질 27%, 독일 28%, 인도 41%, 일본 42%, 터키 59%, 러시아 82%였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해외 주식 시장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아깝고 안타깝다. 해외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자 대상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모든 투자의 기본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해외 주식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의 동향을 따라가 보면, 선진국 가운데 일본 시장의 전망이 좋아 보인다. 신흥 국가 중에서는 인도·동유럽·중남미 시장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해외펀드도 당분간 채권형보다 주식형 상품이 유망하다. 다만 해외 펀드에 가입 할 때에는 외국 자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외국 통화로 투자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해외 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펀드 투자에서 수익을 실현했어도 환율 차이에 다른 손실이 같거나 더 많다면, 전체 투자 수익이 없거나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런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선물환계약은 미래의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확정짓는 것이므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외화가 강세를 보이리라는 확신이 든다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환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해외 펀드는 투자대상 펀드로부터의 수익획득이 목적이다. 환투기까지 하는 것은 무리다. 부동산은 그동안 한국 재테크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투자에 앞서 환경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8·31 후속 대책이 잇달아 입법화하면서 실거래가 제도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었다. 또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매기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렸다. 재건축· 재개발 입주권도 보유 주택으로 간주하는가 하면 투기 지역의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한 대출 총액을 대폭 줄이는 등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정부·여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들썩인다면 민영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까지 검토하겠다며 추가 대책을 공언하고 있어 적어도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탈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30년의 65세 이상 인구는 1천1백60만 명(1980년 1백46만, 2000년 3백40만)으로 전체인구의 23.1%에 달한다. 앞으로 별 수입이 없는 노령층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팔 수밖에 없다. 반면 시장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은 줄어든다.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출산율로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물량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매커니즘이 형성될 것이다. 가격이 떨어질 것은 불보듯하다. 부동산 시장 불패 신화가 붕괴하는, 가격 하락의 운명을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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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물드는 황혼의 마을 | |||||||||||||||||||||||||||
실버타운 대중화 ‘가속도’…가격·시설 수준 ‘천차만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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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기자 · 박근영 인턴기자 eco@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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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실버타운이 어디 사람 냄새 나는 곳입네까?”라며 투덜거리지만 정작 본인은 같은 실버타운에 입주한 이웃 할머니와 연애를 하고 젊은 경비와 술 한 잔 걸치며 ‘사랑이 꽃피는 실버타운’을 즐긴다. 실버타운은 황혼의 쓸쓸한 풍경이 가득하고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할라치면 입방아에 오르는 보수적인 곳이지만 외로운 노인들끼리 만나 정을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연극은 실버타운이라는 공간의 양면성을 모두 보여준다. 실버타운 사람들을 취재해 극본을 썼다는 기자출신 권연순 작가는 “자식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노인들의 삶과 사랑을 다룰 공간으로 실버타운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실버타운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실버타운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연극의 소재가 될 정도로 친근해졌다. 환갑이 넘은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이라면 한 번 쯤은 고민해보는 공간이 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버타운과 그 입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3년에 35개소 2천3백69명이었던 노인복지시설 인구는 2004년 49개소 3천2명으로 늘어났다. 그 중 전형적인 실버타운인 유료 복지시설은 2003년 6개소 7백98명에서 2004년 8개소 1천43명으로 많아졌다. 2005년에 이어 거쳐 올해에도 실버타운 붐은 이어진다. 전라남도 전주시와 나주시·경상북도 성주군·전라북도 김제군 등 지방 자치 단체들이 너도나도 실버타운 혹은 은퇴 농장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일흔이면 청년이고, 여든이면 보통 사람, 아흔이면 이제 좀 노인이구나 하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실버타운 ‘유당마을’에 사는 이완순 할머니(82)의 말이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캐나다로 이민 간 5년 전부터 유당마을을 찾았다. 다른 실버타운도 알아보았는데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수원 근교인 이곳으로 왔다. 이완순 할머니의 친구인 최동주 할머니(78)는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남양주에 혼자 살다가 몸이 나빠져 입원했다가 여기로 왔다”라고 말했다. 실버타운에서 만난 두 할머니는 죽이 맞는지 단짝처럼 늘 같이 지낸다. 두 사람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밥 먹고 산책하고 서예하고 운동하는’ 실버타운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유당마을에 살고 있는 입주자 96명 가운데 네 쌍을 빼고는 모두 ‘솔로’ 노인들이다. 분위기가 입주자 성격에 맞는지 고려해야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하거나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보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보증금과 생활비다. 유당마을의 경우 보증금은 5천만~1억5천만 원 정도. 월 생활비(관리비)는 100만원가량 든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유당마을 입주자들은 ‘부자 노인네들’로 소문나 있지만, 그래도 용인의 삼성 노블카운티에는 크게 못 미친다. 삼성 노블카운티 입주 보증금은 3억원에서 10억원에 이르며 입주자들은 주로 전직 의사·변호사를 비롯해 전직 장관 ·총리·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화려하다. 좀더 대중적인 실버타운으로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 관리비로 50만~60만 원을 내는 새생명 실버타운, 보증금 1천5백만~2천9백만 원 수준의 김제노인 전용 복지주택 등이 있다. 요즘 몇몇 실버타운은 경영을 잘 못해 부도를 맞기도 했다. 실버타운 입주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가격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실버타운은 ‘노인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람 사는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실버타운 안에서도 일어난다. 실버타운 분위기가 자신의 성격이나 사교성과 잘 어울리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경기도의 한 유명 실버타운에 입주한 한 할머니(72)는 “이곳이 시설은 좋지만, 자기들끼리만 친하고 나 같은 사람은 어울리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실버타운에 아내와 함께 사는 홍아무개 할아버지(84)는 “입주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 아직 친구가 한 명도 없다”라고 말했다.
‘사랑이 꽃피는 실버타운’은 부부 관계에도 적용된다. 경상북도의 한 실버타운에 사는 박진원씨(가명, 70대) 부부가 좋은 예다. 남편 박씨는 교사로 평생을 살다 50대에 은퇴했다. 지난해 부부는 사이가 나빠져 이혼 직전까지 갔다. 4개월 전 실버타운에 들어올 때 부부는 차 2대에 나눠 타고 다른 동에 입주해 별거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이 부부는 실버타운에서 각방 생활을 하는 동안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다고 한다. 식사 시간마다 같이 밥을 먹고, 서로 관리비도 내준다. 서로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어, 독립적인 부부 관계와 생활이 가능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버타운, 그곳에는 노인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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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죽는 것도 행복이다 | |||||||||
‘품위 있는 죽음’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리빙윌’ 선언서 나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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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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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죽음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 또한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넷 유언장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보통 사람들도 생전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유언장을 남기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지난해 발족한 한국죽음학회(회장 최준식)는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아픈 이의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는 해야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는 이를 자연적인 죽음으로 인정함으로써 아픈 이가 인간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는 개인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선언서’를 미리 작성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일명 ‘리빙윌’이라 불리는 이 선언서는 미국·일본 등에서 통용되고 있다). 아직은 불법이지만 한국에서도 미국의 ‘환자 자기 결정법’ 같은 호스피스 관련 법을 제정해 말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선언서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의 병이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리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죽는 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한 연명 조처는 일체 거부합니다. △다만 그런 경우 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는 최대한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로 인해, 예를 들어 마약 등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몇 개월 이상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에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명 조처를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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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산다고 잘 늙은 것이랴 | |||||||||
책 속에서 찾은 ‘나이듦의 지혜와 기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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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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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면 자식에게 기대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둥, 노후 준비를 위해 무슨무슨 보험 상품이 좋다더라는 둥 주워 들은 얘기들을 앞다투어 나누던 중 막막해씨는 보았다. 동창들의 얼굴에 제각기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가는 것을. 왜 노후만 떠올리면 사람들은 그토록 숨막혀 하는 것일까? 프리랜서 사회복지사이자 노년 전문가인 유 경씨는 이처럼 “노년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끝이 거의 예외 없이 ‘걱정’이라는 점”에서부터 의문을 던진다(<마흔에서 아흔까지>, 서해문집).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무슨 무슨 요법을 실천해야 한다거나, 노후에 좀 여유 있게 살려면 최소 몇 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건강·노(老)테크 정보는 서점과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겁부터 집어먹는다. 그러나 이같은 과도한 불안과 우려는 노년 준비를 물질적인 것으로만 몰아가는 세상의 단순함과 경박함에서 기인한 바 크다고 유 경씨는 진단한다. 돈과 건강이 행복의 필요 조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행복이 보장될까? 결코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행복한 노년의 삶을 맞기 위해서는 ‘노년 준비는 나의 일이지만, 늙는 것은 여전히 남의 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듦의 문제에 직면한 사람에게는 공통된 반응이 나타난다. 프랑스 사상가 앙드레 모루아의 말마따나, ‘나이 든다는 것’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그 누구도 자신의 일로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나이드는 기술>, 나무생각). ‘젊음’과 ‘속도’를 지고선(至高善)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 이르면 이같은 괴리는 더 심화된다. 현대인에게 ‘늙은이’라는 말은 모욕이다. 여성학자 박혜란씨의 <나이듦에 대하여>(웅진)에 등장하는 한국의 중·장년들은 ‘지하철에서 처음 자리를 양보받던 날(남성)’과 ‘곱게 늙으셨다는 말을 처음 들었던 날(여성)’의 충격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실토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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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테크’ 없이 좋은 말년 없다 | |||||||||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말하는 ‘늙은 아담과 이브가 오순도순 사는 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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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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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노부부보다는 무심하고 삭막하게, 심지어는 냉랭하게 살아가는 노부부가 더 많은 것이 현실. 게다가 황혼 이혼이 무섭게 늘어가는 현실에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긴급 제동을 걸고 나왔다.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친다. “지금 노(老)테크가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이미 환갑에 이른 그녀의 경험칙상 노년의 불행은 돈이 없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최소한의 경제력은 있어야겠지만 그보다 행복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요인은 ‘관계의 질’이며, 그 핵심은 부부 관계라고 그녀는 잘라 말한다. 따라서 노테크보다 중요한 것은 ‘부부테크’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관심이 부부 관계로 옮겨간 경위이다. 5년 전 <나이듦에 대하여>(웅진)라는 자전적 에세이로 ‘고령화 시대에 대한 선구적인 통찰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부부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키우던 자식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이제 집안에 남은 식구라고는 달랑 둘, 부부뿐이라는 걸 비로소 실감하게 된 순간 그녀는 경악할 만한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도 20~30년 이상을 부부가 단둘이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박씨 말마따나 이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대사건’이다. 당연히 윗세대로부터 전승된 비법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수명이 짧았던 윗세대는 어쨌거나 참고 살면 되었다. 얼마 안 있어 둘 중 하나는 자연의 부름을 받을 테니까. 그런데 지금 세대는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인고해야 한다. 더욱이 박씨 같은 5060 세대는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고등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덕분에 자아 개념을 갖게 된 첫 세대이기도 한 이들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결여된’ 기능적인 부부 관계를 더 이상 못 견뎌 한다. “신혼 때부터 서로를 존중하라” 최근 박씨가 새로 펴낸 블랙 콩트집 <소파 전쟁>(웅진)에는, 이리하여 서로 어긋나게 된 부부들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해외 여행지에서 끊임없이 으르렁대는 부부(‘여덟 개의 이야기’)에서부터 무조건 자녀를 우선시하는 아내 때문에 섭섭해 하는 남편(‘해준 게 왜 없어’)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에피소드 12편을 박씨는 3주 만에 초스피드로 써내려 갔다고 한다. 주변에서 들은 얘기가 머리 속에 차고도 넘쳐 본인은 그중 몇 개의 ‘기억 서랍’만 열면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 없는 부부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는 박씨는 먼저 한국 남성들에게 충고한다.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내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집안일도 익히라고. 그리고 밖에 나가서는 어깨 힘 빼는 법을 배우라고. “젊어서 한자리했다는 남자들일수록 나이 들면 친구가 없다”라고 꼬집는 박씨는 그 바람에 집에만 있다가 더 구박을 당하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남자들이 관계망을 새로 짜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씨가 여성 편만 드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박씨는 여성들에게도 “복수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녀에 따르면, 퇴직한 남편을 집에 홀로 두고 아내들이 밖으로 나도는 데는 ‘젊은 시절 당신도 그랬으니 똑같이 당해보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아무리 친구가 좋다 한들 친구는 잠시 만나 즐기는 클래스메이트일 뿐이요, 남편은 일상에서 부대껴야 할 룸메이트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그러니 스스로 행복하려면 복수심을 버리고 남편에게 오히려 측은지심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깨친 박씨의 부부 관계는 과연 행복할까? 이 질문에 박씨가 깔깔 웃는다. “몰랐어요? 그 책에 실린 문제 부부, 그거 우리 부부 얘기예요.” 그러나 일찍이 교육 운동가 시절부터 보여온 그녀의 탁월함이라면, 문제를 느낀 순간 이를 발설해 해결책을 찾아왔다는 점일 터. ‘늙은 아담과 이브가 사이좋게 잘 나이 들어 가는 법’이라는 화두를 터뜨림으로써 박씨는 비로소 행복으로 가는 비상구를 찾은 듯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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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집이 ‘효자’ | |||||||||
정부, 초고령 사회 대비해 획기적 역모기지론 설계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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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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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현재 은행권이 판매하는 상품이 노령자를 위한 맞춤 상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출 기간이 15년으로 제한되고, 일정한 주기로 돈을 받지만 대출 금액이 많지 않다. 단순히 집을 저당 잡혀 돈을 얻어 쓰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4백여 건이 팔렸다. 금융권도, 개인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재경부와 금융권이 새로 협의한 틀은 접근법이 판이하다. 재경부 김이한 사무관은 “또 다른 대출이 아니라, 노령자를 위해 보장성을 강화한 명실상부한 연금 형태로 운영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역모기지론의 기본 개념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일정액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금융권 처지에서는 집값이 하락하거나, 가입자가 ‘너무 오래 살 위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부담을 금융권이 아닌 ‘공적 보증’으로 해결하는 지원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가입자가 일찍 사망할 경우 집은 어떻게 될까. 빚을 갚고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며, 상속인이 채무를 직접 해결할 경우 집을 그대로 상속받을 수도 있다. 즉, 집의 가치보다 적게 연금을 받았을 경우는 남은 몫을 돌려받고, 수령한 연금액이 주택 가격을 웃돌 경우 정부가 채워주는 구조인 것이다. 새 역모기지론이 노령자 복지 성격이 분명해지면서 시혜 대상 범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재경부는 대상자 연령을 제한하고 중저가 주택에 한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세부 시행안을 1월 말 확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역모기지론 상품은 2007년부터 도입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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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모셔야 나라가 산다” | |||||||||
일본, 고령자 경제 활동 적극 지원…정년 의무화하고 계속 고용제 도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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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반면 연금·의료빅 같은 공적 지출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업종에서는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고령 사회 대책 기본법’을 만들어 고령 사회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때는 지난 1999년이다. 2004년에는 ‘고연령자 등의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해 정년 연장과 재고용 형태로 65세까지 고용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기업에 의무화했다. 2006년도부터 대상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릴 예정인데 65세 고용이 완전 실현되는 것은 2013년께 이루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01년 ‘고령 사회 대책 대강’을 통해 고령자의 고용 창출에 부심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하고 있지만 경제·사회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고령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고용·취업 환경 개선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령자 고용에 관한 각종 조성금제도를 마련했으며, 노동 재해의 방지·건강 증진을 위한 직장 환경의 개선도 꾀하고 있다. 직업 능력의 개발, 노동 시간의 단축, 남녀 고용 기회의 균등 확보, 육아와 개호 휴업 제도의 보급 등도 추진하고 있다. 재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활성화 일본의 고령자 고용대책에는 정년·해고 등을 이유로 이직하는 중·고령자 지원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원활히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직업 상담과 소개를 해주고 있다. 사업주에게도 재취업 원조 계획 제도를 활용해 고령자가 재직 중 재취업을 준비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 이미 이직한 중·고령자에 대해서는 실업 기간의 생활 안정을 위해 고용 보험금을 지급하고 조기 취업이 가능하도록 직업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고용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건강·체력의 개인차가 커지고, 취업에 대한 욕구가 다양화하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고용이나 취업 기회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다. 가령 퇴직 후 임시나 단기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다. 이들 고령자에 대해서 실버 인재 센터 사업의 실시 지역을 늘리는 따위의 취업기회 확대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고령자의 생활 지원이나 개호 서비스 제공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일본 정부는 또 자신의 직업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하려는 고령자에 대한 상담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 직업 안정소를 중심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사업주를 확대하려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과 민간 직업 훈련 기관, 대학, NPO 같은 기관이 고령자에게 충분하고도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연간 1천8백시간의 총 실질 노동 시간 달성과 정착을 위해 연차 유급 휴가의 쓰게 하고 과외 노동을 줄이는 따위로 노동 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충전을 위한 휴가나 자원 봉사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시간제 노동이나 파견 근무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환경도 정비하고 있다. 정보·통신을 활용한 원격형 근무나 주거 근접형 근무 형태를 보급하려는 것이다. ‘고령자는 인재의 보고’. 이것은 각종 고령자 대책에 골몰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노동력 감소, 기술 상실을 막을 수 있는 고령자 고용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일본 경제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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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천국’ 부담 되네 | ||||||||||||||||||
선진국들, 노령 인구 증가로 재정 지출 늘어 골머리…성장 둔화도 걱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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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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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패전국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은 ‘단카이(團魂) 세대’로 통한다. 이들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전장에서 돌아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며,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치는 동안 일본 고도 성장의 신화를 일구었다. 바로 이들이 내년부터 정년(60세)을 맞는다. 규모는 7백만명. 현재 일본 전체 인구 규모의 10%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일본 주식회사’를 움직였던 이들이 한꺼번에 ‘일손’을 놓을 경우,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은 미국에 버금간다. 무병장수는 인간의 오랜 염원이자 산업화 시대 ‘웰빙’의 동의어였다. 하지만 ‘100세 시대’로 통칭되는, 장수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오늘날 적어도 인구학적으로는 이상 사회에 먼저 도달한 나라들은 걱정이 앞선다. 장수가 동반하는 또 다른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의료비의 동반 상승. 이미 미국에서는 장년층의 의료비 지출이 20, 30대 성인층에 비해 4배, 청소년에 비해 7배나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장년층이 의료 지출의 40%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가 고령화할수록 관련 지출은 늘게 마련이다. 지난 2004년 미국의 100세 이상 인구는 8만8천명이었다. 그러나 2050년께에는 이보다 약 13배가 많은 백만명 정도로 늘어나리라고 추정된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거동이 불편해지고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며, 건강 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뇨·고혈압·치매 같은 각종 만성 질환에 시달릴 확률도 높다.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노인이 불구가 될 확률은 크게 줄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실이 곧 노인이 건강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을 지냈으며, 인구학 전문가인 피터 피터슨은 ‘고령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똑같은 노인의 경우라도 ‘늙은 노년층(old-old·85세 이상)’의 1인당 건강 관리비 지출은 ‘젊은 노년층(young-old·65~74세)’에 비해 약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의 저명한 인구학 전문가 폴 휴잇의 설명에 따르면, 194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평균 연령 22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사회였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민의 평균 연령은 ‘42세’를 넘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가까이에 이른 ‘초고령 사회’이다. 2050년께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들, ‘정년 연장’ 등 집중 논의 사회 전체가 나이를 먹으면서 각종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고령화 사회 문제(코우레이카 샤카이 몬다이)’는 이미 지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우선 노동력의 감소와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의 감소.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는 매년 평균 0.7%씩, 그리고 2025~2050년에는 매년 평균 0.9%씩 노동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른 GDP의 감소는 경기 침체를 정기적으로 부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100세 시대’의 걱정은 미국·일본뿐 아니라 잘사는 나라에서 목격되는 공통된 현상이다. ‘선진ㄱ구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머리를 맞대고 ‘고령화 사회’ 대책을 논의한다. OECD는 이미 정기적으로 고령화 사회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산하 고용·노동·사회사업국도 연금·노동력 문제 등을 주제로 따로이 뉴스레터를 펴내기 시작했다. 이 뉴스레터를 보면 지난 한 해 선진 각국이 고령화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쉽게 드러난다. 이들이 직면한 최대 현안은 고령화 사회의 심화에 따른 연금 제도 개선 방안. 뉴스레터에 따르면, OECD는 지난해 초 연금 문제에 관한 종합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는 프랑스·독일·일본·영국·미국에서 읽혔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미 하원에서 해당 공무원과 각종 연구 기관의 전문가들이 출석한 가운데 청문회까지 열렸다. OECD 회원 각국의 연금 제도 특징과 연금 수령 시기, 최고 한도 등을 비교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이자 결론은 이랬다. ‘수입 대비 연금 수령액 수준이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현재 상태로는 인구 고령화 진전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에 대처하기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다’. OECD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연금 지급 연령의 현실화’ 방안을 제시하는 또 다른 보고서를 올해 여름 안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고령화 사회와 관련하여 연금 문제와 함께 지난해 OECD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또 하나의 주제는 ‘정년 연장’ 방안이다. 조사 결과, OECD 국가에서 50~64세 인구 중 직업을 갖고 있는 비율은 평균 60%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OECD 각국이 현행 정년 연령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2000년 기준), 앞으로 50년 후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현재 수준의 60% 수준으로 떨어짐), OECD 전체 평균·유럽연합 15개국·독일 등 잘사는 나라 대부분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 사태에 이르게 된다. 다만 미국은 50년 후 오히려 3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OECD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일본을 비롯한 21개 회원국이 참가해 현황과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올해 상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100세 시대’의 도래는 이 밖에도 상당한 대가를 요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의 지나친 신중함과 보호주의를 초고령 사회와 결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젊은 피’의 부족 사태가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 사고를 둔화시켜 종국에 가서는 사회의 경쟁력 또는 활기를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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