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스크랩] 대한민국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서정홍/데일리서프라이즈)

동곡 2006. 8. 1. 22:14
대한민국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칼럼] 제 나라 백성이 먹을 양식은 제 나라에서 지어야 한다
입력 :2006-07-25 15:26:00   서정홍 농부시인
이른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까닭을 알아보니 미국에서 들어오는 밀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었기 때문이랍니다. 미국 밀로 장사를 해서 목숨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어 버렸답니다.

맛있다고 소문난 ‘진짜 옛날 손자장면’ 가게도 문을 닫고, 시장 만두집과 국수집도, 고속도로 휴게소 해물우동집도, 시내 햄버거집도, 백화점 빵집도, 과자나 라면 따위를 만드는 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밀 덕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자그마치 수백만 명이나 되었으니 나라 살림이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그 까닭은 미국 중간상인들이 밀 값을 올리기 위해 밀 공급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도 갑자기 밀 값을 두 배 남짓 올려 지금까지 과자고 빵이고 두 배 이상 비싼 값으로 사 먹고 있는데….

미국 밀이 비싸든지 말든지, 농약과 방부제 투성이라 벌레도 도망을 가는 더러운 밀이라도 여태까지 주면 주는 대로 그저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받아먹었습니다. 미국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서 대한민국 백성을 살려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밀 생산 자급률이 1%도 안 되는 실정이니 미국이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지요.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싸구려 한약 재료가 공급이 중단되어 한의과 대학도 문을 닫고 한의사들도 할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콩도 팥도 고구마도 감자도 참깨도 들깨도 쌀까지도 우리가 농사를 안 짓고 돈만 있으면 수입해서 먹고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참 무서운 함정이었습니다.

크고 힘 있는 나라들이 작은 나라를 잡아먹기 위해 ‘식량을 무기로’ 삼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재산과 권력을 쥔 자들이, 제 놈들만 편하게 살겠다고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 피해는 가난하고 죄 없는 백성들 몫인 줄 뻔히 알면서 그 짓을 한 것입니다.

며칠이 지나자 갈수록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휴대폰을 팔아서 양파를 수입하던 정부 고급관리들과 자본가들이 백성들한테 맞아죽고 거리마다 송장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은 가게를 약탈하고 농촌으로 쳐들어가서 양식을 빼앗고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설교를 잘한다던 목사도 승려도 신부도 수녀도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 앞에서 어찌 할 줄 모르고 기도만 했습니다.

제 나라 백성들이 먹을 양식은 제 나라에서 지어서 먹고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일렀는데, 모두 편하게 살겠다고 농촌을 버렸으니 이런 엄청난 불행이 온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숨을 푹 쉬다가 일어나 보니 꿈이었습니다.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창문을 열었습니다. 이 꿈이 현실로 다가오리란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런 세상을 만든 내가, 어른들인 우리가,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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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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