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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970년부터 줄곧 농촌진흥청에서 뽕나무와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 처음 25년은 뽕나무의 영양생리에 관한 연구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에서 값싼 누에고치가 들어와 누에농사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자 1976년부터 뽕나무를 캐기 시작하는 농가가 부쩍 늘었다. 고치만을 고집하다가는 양잠농가가 다 망해버리겠다는 생각에서 방향을 돌려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능성 연구를 9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양잠은 누에고치 생산에 있는 것이니 만큼 그런 연구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반대가 많았다.
어쨌든 연구결과는 매우 획기적이라 '95년 누에가루의 혈당강하 효과, '96년 뽕잎의 성인병 예방 및 치료효과 확인, '97년 누에동충하초 대량사육법 개발, 고치를 입는 비단 생산에서 기능성 소재인 먹는 실크분말의 개발 등에 성공했다. 그 결과 양잠농가는 고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건강식품으로 이용하여 효과를 얻고 있다.
농촌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뽕잎과 오디, 누에 등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널리 알린다면 농사짓는 이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앞으로 뽕잎의 효과와 채취방법, 재배방법 등을 몇 차례에 걸쳐서 자세히 소개하려고 한다.
뽕잎으로 지킨 건강
나는 농업인들에게 뽕잎을 자신 있게 권한다. 기능성 효과가 뛰어난 뽕잎을 농촌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농어업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병을 조사한 결과 '95년 이전에는 위염, 위확장 등 소화기계통 병이 가장 많았으나 최근에는 고혈압과 중풍과 같은 순환기 질병이 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전에는 미처 이런 성인병이 나타나기 전에 다른 병으로 사망했던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장수를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 중풍과 같은 성인병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관건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특히 최근에는 성인의 3할이 고혈압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뽕잎은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 중풍 등을 예방해주고 치료해주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뽕'이란 이름은 뽕잎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방귀가 잘 나온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뽕잎은 이상적인 잎채소 뽕잎은 미네랄이 50종 이상 들어 있다. 대표적인 성분은 칼슘, 철분, 칼륨인데 칼슘은 무보다 60배, 철분은 160배나 더 많다. 칼슘은 골다공증에 좋고, 철분은 피의 원료, 칼륨은 짠 음식에서 다량으로 들어가는 소금 성분이 핏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어 고혈압을 예방해 준다.
뽕잎가루를 식후에 반 숟갈씩 먹으면 변이 온통 푸르게 나올 정도로 엽록소가 다량으로 들어 있다. 엽록소는 염증을 치료하고 화농한 곳의 독소를 제거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다.
뽕잎 속에는 식이 섬유소가 52%나 들어 있는데 이 양은 녹차 11%에 비해 4배 이상이다. 요즘 사람들은 씹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섬유질 섭취가 부족해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뽕잎을 꾸준히 먹다보면 어느새 이 문제가 모르는 사이에 해결되었음을 알게 된다.
비단실은 바로 단백질 덩어리 그 자체이다. 누에가 비단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뽕잎 속에 다량의 단백질(마른 뽕잎의 24% 이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을 분해하면 20여종 이상의 아미노산이 나오는데 이 중 필수 아미노산은 10종이 들어 있다. 피를 잘 응고시켜주는 글루타민이 3.3%, 숙취를 없애주는 아스파라긴산이 2.2%,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세린이 1.2%, 세포가 늙는 것을 막아주는 글루타치온도 높다.
뽕잎에는 중풍을 예방하는 루틴(rutin), 고혈압을 치료하는 가바(GABA) 등 생체 활성성분이 다량으로 그리고 종류도 50종 이상이 들어 있다.
뽕잎의 여러 가지 약효 혈관 강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과 같은 옛 의서에 뽕잎이 풍에 좋다고 나와 있다. "풍 맞았다."고 하면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는 것을 말하는데 뇌 속의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병이다.
뽕잎에는 루틴 성분이 곡식 중에서는 가장 많다는 메밀보다 최고 18배나 많은데 이 성분은 모세혈관(특히 뇌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는 가바가 많이 들어 있어 중풍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옛 문헌에는 뽕나무로 지팡이와 젓가락을 만들어 써도 중풍이 예방된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당뇨병 예방과 혈당 강하 누에가루가 당뇨병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효과를 누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뽕잎을 먹기 때문이다. 뽕잎에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10종 이상 들어 있다.
대표적인 성분은 디옥시노지리마이신(DNJ)인데 이런 성분들은 우리가 먹은 쌀밥이 포도당으로 변하는 속도를 늦춰주어 혈액 속으로 당분이 천천히 들어가도록 해서 당뇨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일본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자라서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걸리게 되어 있는 흰쥐에게 젖을 떼자마자 뽕잎을 먹인 것들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던 반면, 일반사료를 먹인 것은 예외 없이 당뇨병에 걸렸다고 한다.
흰쥐를 해부해 보았더니 인슐린(혈당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호르몬)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뽕잎을 먹인 것은 그대로 있었던 반면에 일반사료를 먹인 것은 베타세포가 없어졌음을 발견했다. 또 혈액 속의 인슐린을 재보았더니 뽕잎을 먹인 것이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이 연구는 나이를 먹으면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걸리게 되어도 뽕잎을 먹으면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당뇨병에 걸리게 하는 약을 매일 먹이면서 뽕잎을 함께 먹이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데 이것은 뽕잎이 베타세포의 파괴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혈압 안정 농촌지역의 사망원인을 조사한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은 농촌에 사는 사람이 고혈압에 의한 사망률이 도시민보다 6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이런 점에서 농업인은 뽕잎을 특별히 애용해야 할 것 같다.
혈압을 떨어뜨려 주는 가바 성분이 뽕잎에 많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이밖에 혈관 안에 있는 지방덩어리인 고지혈과 혈관벽의 동맥경화, 피의 유동성의 개선, 혈관 강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단기간으로는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고 장기간에 걸쳐서는 떨어뜨려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혈압강하제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으므로 환자는 약을 복용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질 저하 콜레스테롤은 마치 성인병을 불러오는 전령처럼 생각하지만 해롭지만 않다. 세포에 기름을 운반하는 성분이면서 성호르몬의 원료이기 때문에 적으면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콜레스테롤은 '혈관 테러범'이라고 할만큼 정상치보다 높으면 동맥경화, 고지혈, 고혈압, 간지방 등 성인병을 불러온다. 200mg/dl 이하는 정상이고 200∼239까지는 요주의, 240이상이면 '고위험'수준이다. 250이상이면 200미만인 사람에 비해 동맥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5배정도 높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정상 성인의 콜레스테롤 평균치는 '60년대 초에 150∼160mg/dl이었으나 점차 올라가 1990년에는 185에 이르렀고, 서울의 사무직 종사자는 200에 이르러 미국인 평균치에 육박하고 있다. 남자는 50∼60대에, 여자는 60∼70대에 최고치에 달한다.
뽕잎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정상인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이면 처음에는 수십mg/dl에 불과하던 수치가 10일 동안에 2,500mg/dl으로 올라가는데 비해 뽕잎을 먹이면 그 절반 이하인 1,200mg/dl 정도에 그친다.
이 실험이 끝난 후 간을 해부해 보았더니 뽕잎을 먹이지 않은 것은 간 전체에 지방 방울이 밀도 높게 흩어져 있었던 반면, 뽕잎을 먹인 것은 정맥 주변에 국한되어 적은 양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뽕잎이 콜레스테롤만 낮춰주는 것이 아니고 지방간의 예방 효과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혼자서 핏속을 다니는 것이 아니고 단백질과 결합해서 '지질단백질'로 되어 온몸 구석구석으로 운반된다. 지질단백질은 두 가지로 저밀도 지질단백(LDL)과 고밀도 지질단백질(HDL)이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몸속으로 운반해서 축적시키는 해로운 꼴이고, HDL은 조직에서 콜레스테롤을 가져다 간에서 분해시키는 이로운 꼴이다.
뽕잎은 총 콜레스테롤을 20%정도 낮춰줄 뿐만 아니라, HDL은 44%나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물에 잘 녹는 성분이기 때문에 뽕잎을 차로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전(血栓) 용해 스무 살쯤까지는 혈관벽이 깨끗하지만 그 이후부터 차츰 콜레스테롤, 지방찌꺼기, LDL 때문에 혈전이 생긴다. 오래 된 수도관을 잘라보면 녹이 버섯처럼 피어 관을 막고 있음을 본다. 혈전은 마치 낡은 수도관의 녹처럼 혈관벽에 붙어서 피의 흐름을 방해하고 심하면 혈관을 막아 버린다.
흰쥐에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이고 혈관을 관찰하면 혈전이 많이 붙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에 뽕잎 농축액을 먹이면 혈전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다.
동맥경화증을 예방
혈전이 계속 쌓이다 보면 동맥벽의 탄력성이 줄어들어 결국은 동맥경화에 이르게 된다. 심장에 피를 대주는 관상동맥의 경화는 40대의 주요 돌연사 원인인 협심증으로 이어져 심한 통증을 시달리다 심장마비가 되어 사망에 이른다. 뇌 모세관에 일어나면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다.
흰쥐를 인공적으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동맥을 염색해 보면 검은 색의 띠가 나타난다. 이런 쥐에 뽕잎 농축액을 먹이면 띠는 흔적만 보이고 사라져 버린다. 뽕잎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고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거나 50대가 지나면 일 년에 한 번씩 콜레스테롤, 혈압, 당뇨 등을 검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뇌졸중(중풍)에 걸리면 본인은 물로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 된다.
중금속을 제거 납과 카드뮴 등과 같은 중금속은 우리 몸에 일단 들어오면 몸 안에 남아 간과 뇌, 신경조직에 축적되어 피해가 크다. 녹차를 넣고 물을 끓이면 물 속에 있는 카드뮴이 80% 정도 제거되는데 비해 뽕잎은 94%를 제거한다. 또 녹차는 물 속의 납을 90% 제거하는 반면 뽕잎차는 98%를 제거한다. 보리차나 옥수수차는 60∼70%정도 제거하는데 그쳐 뽕잎차가 월등히 중금속 제거 효과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구나 뽕잎이나 뽕잎 농축액은 몸 속으로 들어온 중금속을 흡착해 몸밖으로 배출을 많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대소변 원활 뽕잎차를 마시면 소변이 시원하게 배설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변비문제도 없어진다. 이는 높은 함량의 식이섬유가 나타내는 효과라 할 수 있다.
세포 노화 방지 뽕잎은 세포가 늙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뽕잎 속에는 높은 함량의 폴리페놀이 존재하는데 이런 성분들이 노화를 억제한다. 우리 몸 속에는 먹은 음식물이 에너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super oxide)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바로 없애주지 않으면 세포가 해를 받는다. 그것을 없애주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뽕잎에는 많다.
암 발생 억제 뽕잎은 항암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과 햄스터의 세포를 배양하면서 암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거기에 뽕잎 삶은 물을 넣어 주면 암세포의 발생이 30∼70% 억제된다.
한편 자람에 따라 간암이 걸리게 되어 있는 쥐에게 뽕잎을 먹이고 140주 동안 관찰한 결과 100마리 중 일반 사료를 먹인 것은 54마리가 죽은 반면 뽕잎을 섞어 먹인 쪽은 18마리만 죽었다. 이 결과는 뽕잎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피의 정화 피가 몸 밖에 나와서 엉기지 않으면 마치 거머리에 물렸을 때처럼 계속 흐르기 때문에 문제이다. 반대로 혈관에서 잘 엉기면 혈전이 생겨서 문제가 된다. 혈관에서는 유동성이 높고 반대로 몸밖으로 나와서는 잘 엉기는 상태가 바람직하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여 혈전이 잘 생기게 하고 뽕잎을 먹였다. 뽕잎을 먹인 흰쥐는 혈소판이 잘 엉기지 않았으나 일반 사료를 먹인 흰쥐는 잘 엉기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 흰쥐를 보면 혈전을 없애주는 효소가 높은 활성을 나타낸다. 또 뽕잎 성분이 엉기게 하는 지질의 대사를 좋게 함으로써 엉기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뽕잎이 정말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뽕잎은 꼭 돈을 써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농촌 어디서나 쉬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심을 접고 손수 만들어 꾸준히 먹어보기를 권한다.
꾸준히 먹어보면 왜 옛 어른들이 '선약 중의 선약'이라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
글 가져온 곳 : 귀농통문 19호 | 200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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