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스크랩] `중환자실` vs `호스피스`

동곡 2014. 9. 8. 21:44
  • 고통속 임종 '중환자실' vs 평온한 작별 '호스피스'… 죽음의 質 다르다

  • 김수혜 블로그
    사회정책부 기자
    E-mail : goodluck@chosun.com
    깊이 취재해 간결하게 쓰는 게 목표다. 1997년 입사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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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3 05:56

[3] 말뿐인 호스피스 증설… 두 말기癌 환자 비교해보니

- 중환자실서 죽는다는 것
의식 잃은 채 인공호흡 연명…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눠

- 호스피스서 죽는다는 것
항암제 안 쓰고 통증완화 집중… 가족과도 "잘가요" "고마웠다"

호스피스를 늘린다고 암 치료까지 게을리하자는 게 아니다. 요즘은 4기에도 암이 낫는 사람이 있다. 암 환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완치되도록 암 생존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 암 생존율은 66.3%다.

문제는 '더 이상 의학이 안 통하는 순간'이 닥쳤을 때다. 그때 중환자실에 눕는 것과 호스피스 병동에 눕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지난달 서울성모병원에서 영면한 두 말기암 환자의 임종 과정을 추적했다. 한 사람은 중환자실, 한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졌다.

◇중환자실의 죽음

61세로 숨진 고(故) 양정국(가명)씨. 지난 6월 말 입원해 첫 30일은 일반병동에 머물렀다. 자기 힘으로 숨 쉴 수 없게 되자, 중환자실로 옮겼다. 의료진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고 싶어했는데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고 했다. 이후 기도에 튜브를 꽂고 기계와 연결해 21일간 인공호흡을 하다 숨을 거뒀다. 인공호흡을 시작한 뒤 수면제와 진통제를 주사해 의식이 없었다.

중환자실, 호스피스 진료비 비교 그래픽
/그래픽=김성규 기자
농양배액술, 소화관 확장술, 산소흡입, 흡입배농…. 양씨는 인공호흡 외에도 100회 이상 각종 처치를 받았다. 그중 3분의 2가 중환자실로 옮긴 뒤에 이뤄졌다. 암 자체를 낫게 하는 처치는 없었다.

51일 동안 총 3069만원이 들어갔다(하루 60만원꼴). 이 중 2367만원(77.1%)은 건강보험공단이, 702만원은 가족이 냈다(22.9%).

◇호스피스 병동의 죽음

73세로 숨진 고 이정숙(가명)씨. 지난달 초 입원해 7일 만에 숨졌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씨가 받은 '처치'는 몇 가지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했는가'보다 '하지 않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곳에서 이씨는 인공호흡을 하지 않았고, 항암제를 쓰지 않았다. 의료진은 섬망 조절약, 진통제, 위궤양약을 처방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들어간 의료비는 총 184만원(하루 26만원꼴). 이 중 125만원을 건강보험공단이 내고(68.0%), 59만원을 가족이 냈다.

◇"마음이 멍들지 않게"

라미란 수녀가 "암센터 의사 중에 '치료가 잘 안 됐으니 이제 호스피스에 가라'는 식으로, 마치 실패한 작품을 내던지듯 환자를 보내는 분들이 있는데, 제발 안 그러셨으면 한다"고 했다. 생후 9개월 된 소아암 아들을 안고 온 젊은 엄마가 "세상에서 내쳐진 느낌"이라며 울었다.

라 수녀는 "호스피스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생각도 오해"라고 했다. 고통만 더하는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뿐, 호스피스 의료진도 온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말기암 통증을 다스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마약성 진통제를 조금만 써도 금방 웃는 분이 있고, 스테로이드제와 섞어서 충분히 써야 비로소 표정이 풀리는 분이 있어요. 통증을 없애고, 따뜻한 물에 목욕시키고, 사이 나빴던 부인과 손잡게 하고,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이 '잘 가라' '고마웠다' 인사를 나누게 해요. 이런 걸 안 하면 가족 마음에 멍이 듭니다."

◇"한국인은 포기하는 데 서툴러"

취재팀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의뢰해 한국인 암 사망자의 '마지막 한 달'을 분석한 결과, 한 해 1만명 넘는 암 환자가 사망 한 달 전~사망 당일 사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사망자 일곱 명 중 한 명꼴이다(14.0%). 평소 적극적인 암 치료를 강조해온 전문가들도 "말기암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보다 환자 본인을 위해 좋지 않다"고 했다. 중환자실은 응급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위기를 넘기는 공간이지,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의사도, 환자도 '포기'하는 데 서투르다. 김석찬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 교수가 "말기암 환자 가운데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느라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되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에 경황없이 중환자실에 눕게 될 때가 많다.

김 교수가 "사망 한두 달 전까지 항암제를 쓰는 경우를 포함해, 진작 중단했어야 할 치료를 너무 오래 계속한 분들을 자주 본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누운 암 환자 열 명에 두세 명이 '항암제를 일찍 끊었다면 지금보다 오히려 상태가 나았을 텐데…' 싶은 분들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 60대
글쓴이 : 예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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