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지루한 장마끝에 해가 비추어서 밭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2주전만해도 멀쩡하던 고추나무들이
흔적도 없이 말라버려 앙상한 가지만 있더군요.
어찌나 상심이 되던지
올 초 거름되라고 한약 찌꺼기를 얻어다 뿌렸는데
그것이 독했나 생각했는데
옆 밭의 고추도 저희 밭하고 비슷한 증상이 있더군요
혹시 병이 도는게 아닌가 싶은데
(탄저병이라고도 하더라구요)
모두들 고추밭 들여다 보세요.
좋은하루 되세요.
답변*************************
작년에 고추가 아작나는 통에, 공부 좀 해 둔 게 있습니다. 도움 되시길.
역병은 곰팡이, 청고병(풋마름병)은 세균이 원인입니다.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바이로이드, 또 하나(까먹음 바이어쩌구...). 식물체에 침입해서 아작내는 눈에 안 보이는 것들, 위에 쓴 다섯 가지를 총칭해서 <병원체>라고 합니다.
청고병이나 역병은 증상이 거의 같애요. 역병은 곰팡이가 활동하면서 뿌리와 줄기와 잎과 과실을 사정없이 썩히는 거구요, 청고병은 세균이 뿌리를 통해 수관부로 침입해서 물이 오르내리는 길을 말려버립니다. 그러니 겉은 멀쩡한데(줄기 껍질을 까면 파랗게 살아 있고, 파란 부분 안쪽 수관 부분이 고사되어 있음) 속이 말라 죽어 있으니, 물이 안 올라가니까 잎부터 말라 죽게 됩니다.
청고병에 걸린 고추는 다른 고추에 비해 빨리 빨개져서, 자연 태양초가 돼요^^ 작년에 7천 800대 심은 고추가 청고병으로 아작이 났어요. 사실, 일단 발생하면, 두 개 다 거의 대책이 없어요. 대책이라면, 병에 안 걸리게 하는 게 대책입니다.
가지과(감자, 고추, 담배, 토마토, 가지 등) 작물 연작 피하기.
박과(수박, 오이, 호박 등) 작물 연작 피하기.
정도.
그리고요, 일단 비가 오면, 뿌리가 잠수 상태에 들어간다고 봐야 하는데요, 잠수 상태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72시간 정도...
인간은? 길어야 1분...
이게, 공식적인 보고인데, 완전 잠수와 부분 잠수에 따라 좀 다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올해 보니까 열흘 정도 완전 잠수 됐던 녀석들도, 물이 빠진 후,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버티다가, 버티다가, 끝내 가더라고요. 파로호에 물이 차면서, 호수 부지에 농사짓던 고추가 실험 대상이 됐지요. 실뿌리가 숨 막혀 죽으면, 거기로 세균이 들어와서, 그렇찮아도 숨 막혀 헐떡거리느라 지쳐 있는 상태에서, 세균이 들어와 활동하면, 꼼짝없이 병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강하고 단단하게, 억세게 키우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질소질이 많아 쑥쑥 크던 놈은, 물러서, 혹독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갑니다. 두둑 안 만들고 북 주며 키우기(실뿌리를 계속 잘라 주고, 흙이 위로 쌓이면서 이곳으로 뿌리를 올리게 함). 풀과 함께 키우면서 풀을 안 뽑고, 중등치기해서, 풀 뿌리와 고추 뿌리가 뒤엉키게 키우기. 밑거름 안 주고, 웃거름 살살 주면서 키우기. 정식할 때, 목초액(500~600배)에 뿌리부분을 푹 담궜다 심기(성장 억제).
등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성공했어요. 병에 걸리거나 죽지는 않아요^^ 심지어, 병에 걸렸나 싶게 시들시들하던 녀석들이 되살아나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