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스크랩] 닭은 어떻게 살까요?

동곡 2009. 3. 3. 21:33
 몇 시간에 걸쳐 바라볼 수 있는게 있어요. TV나 영화같이 의미 체계를 구성하지 않아도, 어떤 훈련을 받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인데, 첫째 아궁이 속의 불이고 둘째 닭들이 노는 모습입니다. 몇 마리씩 몰려다니면서 끊임없이 목을 돌리고, 흙을 헤집고, 부리로 쪼는 모습이 재미있고요, 또 암탉이 통통한 몸매를 흔들면서 '꼬꼬'하고 우는 것이 무척 푸근해 보이거든요.


수탉은 암탉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주위를 경계합니다. 주위가 심상찮다고 여기고 이동을 하면 암탉들도 따라가지요. 그리고 가끔 "꼬끼오~"하고 크게 울어젖히는데 힘을 발산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이때쯤이면 '수탉의 춤'을 볼 수 있습니다. 동물의 왕국 같은데서 짝짓기 전의 동물이 춤추는 모습을 한 두 번 보셨을 것입니다. 수탉은 어깨에 힘주고 몸을 빳빳이 세운 다음 특이한 스텝을 밟습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남자가 여자 앞에서 잘난 체하고 거드름 피우는 모습과 영락없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암탉의 뒤로 슬며시 돌아가서는 재빨리 암탉 등에 올라서 부리로 암탉의 목을 제압합니다. 교미시간 2~3초.(ㅡㅡ;) 좀 사나운 수탉에게 걸리면 목 뒤의 깃털이 많이 뽑힙니다.


닭은 일부다처제로 수탉 한 마리당 대략 10마리 정도의 암탉이 따릅니다. 그런데 부화를 시켜보면 성비율은 거의 1:1입니다. 그러니까 9마리 정도는 암탉을 못거느려요. 암탉을 차지하기 위한 수탉의 싸움은 그야말로 닭싸움입니다. 넓은 공간이면 진 놈이 달아날 수 있는데 좁은 닭장 안에서는 한 마리가 초죽음이 될 때까지 싸웁니다. '영계'라고 들어보셨죠? 6주 정도가 되면 성구별이 가능해지는데 이 때 대부분의 수탉들이 잡혀서 시장에 팔려나가죠. 근데 왜 영계가 그렇고 그런 의미로 쓰일까? ㅎ

울숲의 닭들은 비율이 1:5정도로 수탉이 많은 편입니다.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방목하니까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또 암탉을 자극해서 알을 많이 놓게 하려는 의도인데요, 그러다보니 어떤 놈은 눈치를 봐가며 암탉을 건드리기도 하고 심지어 알을 품고 있는 놈까지 공격합니다. 또 어떤 놈은 아예 수탉의 티를 내지 않고 다니는 놈도 있어요. 딴 수탉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고요. 밀려난 놈들은 아래쪽에 따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 닭을 잡아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얘들이 잡힙니다. 어떤 분이 불쌍하다고 하데요. 머.. 물개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 아닌가요?

그럼 암탉끼리는 사이가 어떨까요? 이놈들도 위계가 있는데, 수탉이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따라 서열이 정해집니다. 아.. 이 글 읽는 여성 분들, 화내지 마세요. 이건 어디까지나 닭의 세계입니다. 하긴 어떤 자연양계농의 부인이 닭 키우지 말래요. 남편이 전에는 안그랬는데 갈수록 수탉을 닮아간다네요. ㅡㅡ; 아무튼 그래서 밤에 횟대에 가보면 수탉이 중간에 앉아있고 이 서열에 따라 순서대로 양옆으로 나란히 앉습니다. 알을 품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서열 높은 놈이 다른 놈의 달걀을 빼앗아 품는 경우도 많답니다. 욕심 많은 놈은 심지어 50개 가까이 품기도 하는데 이건 품는다기보다 달걀 더미위에 닭이 앉은 꼴이죠. 물론 부화율은 엄청 떨어지죠.


닭들은 야맹증이 심해서 어두워지면 꼼짝하질 못합니다. 횟대에 오르는 것도 밤에 짐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이겠지요. 제 아이들이 어릴 때 밤에 닭장으로 들어가서 닭한테 똥침을 놓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꼬꼭'하고 날개 한번 흔들 뿐 도망칠 생각을 안하더군요. 그 당시에 짐승(족제비라고 짐작되는데요)의 침입을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 개가 짖어대고 닭장에 무슨 소리가 나길래 뛰쳐가보니 닭들이 사방으로 튀는데요, 다행히 아직 어둡지 않아서 잡힌 놈은 없데요. 토종닭은 낮에 못잡습니다. 위급상황에 닥치면 집 지붕 위로도 날아서 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여기저기 높은 나무 꼭대기에 다 올라가 있데요. 죽은 놈은 없는데 한 마리가 다리가 다쳐 절뚝거렸습니다. 수탉과 다른 암탉들이 쪼아서 무리에서 쫓아내더군요. 아이들이 이 놈을 치료한 후에 수탉한테 데려가서 "그래도 니가 돌봐줘야지, 응? 같이 지내~" 하지만 그런게 통할 리가 있나요. 아마 약한 놈이 있으면 무리 전체가 공격받을 위험이 있으니까 그런 행동을 보이는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는 고양이의 침입을 가끔 받습니다. 그래도 고양이는 제 먹을 것 한 마리만 물어가니 낫습니다. 족제비는 닥치는데로 목을 따버리거든요.


하지만 병아리에 대한 닭의 행동은 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 어미는 물론 열심히 제 새끼를 돌보지만 다른 닭들이 병아리를 쪼아대요. 한번은 아이가 병아리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눈 하나와 부리가 쪼여있었습니다. 아이들, 열심히 약 발라주고... 보람없이 다음 날 죽었습니다. 아는 분 말씀이 특히 토종닭이 심하데요. 왜 그럴까? 혹 제한된 지역의 모이경쟁 때문에? 하지만 지금 이곳은 충분히 넓고 모이가 풍부한 지역인데도 같은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어미와 새끼는 다른 닭들과 격리해서 키웁니다. 새끼들의 모이로는 안등겨 - 나락에서 왕겨를 벗겨낸 것을 현미라고 하고요, 그 현미에서 다시 몇 번을 벗겨내는데, (벗겨낸 횟수에 따라 7분도 9분도 등으로 구분하죠) 그 부산물입니다 - 혹은 현미를 갈은 것이 좋고요, 항생제가 있는 사료도 줍니다. 한달 동안은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항생제 없이 새끼 때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아요. 


닭도 조류이기 때문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영양을 몸에 많이 비축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춘 듯 합니다. 개는 며칠 굶겨도 살지만 닭은 만 하루를 넘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특히 닭 키우는 사람은 자리를 오래 비워두질 못합니다. 시골노인들이 어디로 나오셔도 느긋하게 계시질 못하고 '빨리 집에 가야 되는데..' 하시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닭이 잡식성이긴 하지만 오리나 돼지에 비하면 꽤 많이 가리는 편입니다. 작은 돌이나 모래도 자주 쪼아먹는데 아시다시피 이건 모래주머니에 저장하여 소화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과일 중에는 특히 감을 좋아하고 가지, 호박, 고춧잎 어린 것도 잘 먹습니다. 하지만 닭 최고의 음식은 바로 땅에 기어다니는 벌레들입니다. 숲에 들어가보면 낙엽 쌓인 곳을 여기저기 헤집어 놓았습니다. 자주 다니는 곳은 하도 헤집어서 아예 풀이 자라질 못하죠. 아.. 똥냄새요? 좀 아시는 분은 계분이라고 하면 지독한 악취를 연상하시는데요, 그야 가둬놓고 사료 먹이는 닭들이 그렇지, 이곳의 닭똥은 금방 흙과 섞여 발효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 없습니다.


'닭 조는 듯하다'란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맥 없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하는 말인데요, 닭이 아프면 눈을 반쯤 감은 채 제자리에 조는 듯 앉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따로 격리시키고 물에 사람이 먹는 감기약을 조금 타줍니다. 그리고 닭장 내에 물이 고이는 자리가 없는지 살펴보셔야 되고요. 방목하는 닭은 이 정도만 해줘도 쉽게 낫습니다. 닭은 산업가축이라 애완동물과 달리 개체치료는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 언제 어디서 병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병이 전파가 되는지, 즉 역학조사를 주로 하지요. 양계주인이 제일 무서워하는게 바로 집단 폐사입니다. 얼마 전 조류 독감 때문에 전국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지요. 철새들이 병을 옮긴다는 둥, 말이 많았는데요, 누가 이런 말씀하셨답니다. "그럼 철새들이 집단 폐사하는 거 본 적 있어? 그 놈들은 왜 독감으로 안 죽고 하필 양계장 닭들만 죽는데? 그 좁은데 가둬놓고 이상한 사료나 먹이니 그렇지." 전 수의사가 아니라서 어느게 맞는 말인지는 모릅니다.


에구, 말이 너무 많네요. 닭에 관한 말 다할려면 24시간도 모자랍니다. 다음 또 차차 할께요. 막걸리 한잔 주시믄... ㅎㅎ (퍽_-_)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약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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