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책밭]오늘도 나는 지렁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허병섭, 양희규 외/옹기장이
속도와 경쟁에 치이며 사는 도시인들. 누군들 한번 농촌생활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이 책은 자연과 더불어 간소하고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시골살이 이야기이다.
글쓴 사람은 모두 10명. 동화작가 권정생, 산청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 여성학자 오한숙희, 소설가 윤정모, 전국귀농운동본부장 이병철, 번역과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주 목사, 생명철학으로 집짓기 운동을 실천하는 정호경 신부, 생명농업과 우리 의학 연구가로 알려진 정호진 목사, 옛아이들 놀이노래이야기연구소장 편해문, 무주에서 생태마을을 꾸리며 사는 허병섭 목사 등 진지하게 시골살이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러 잡지에 실었던 글들을 모았다.
10명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똑같다. 우리가 잃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한결같이 일깨운다.
“농촌은 시를 만들고 시처럼 살고 있는 곳이다.”(권정생) “돈이나 명예나 인기, 지배와 쾌락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명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먹을 것이 생기고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허병섭) 9,000원. ------------------------- 아침에 마당에 나가서 딸아이의 머리를 빗길 때면 새들의 합창이 대단하다. 딸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새소리를 들으면서 머리 빗는 애는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야."
도시에서 살던 시절 아이 머리를 빗길 때 가장 큰 문제는 텔레비전이었다. 텔 레비전을 향해 머리가 돌아가는 아이를 붙잡느라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시골에 살면서 머리 빗는 시간은 아름다운 시간이 됐다. 유명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의 이야기다.
말이 그렇지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에 가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 심하기도 어렵고 습관을 바꾸기도 어렵다. '오늘도 나는 지렁이에게 안부를 묻 는다'(옹기장이 펴냄)는 도시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간 지식인 1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가 윤정모 씨는 이제 어엿한 시골 아낙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녹두도 따서 널고 옥수수도 꺾어 삶았으며 빨간 고추도 한 푸대나 땄다. 비닐 멍석에 고추를 널면서 나는 넉넉한 가슴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아, 그래. 9월이면 프랑스에 간 민숙이도 돌아온다. 잘 말려서 갖다 줘야지."
작가는 "일을 하면서 울화통이 치밀다가도 자라나는 곡식만 보면 마음이 가라 앉고 수확기만 되면 갖다 줄 사람만 생각나는 것"이 시골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마음은 땅이 가르쳐 준 것이다. 도시생활을 접은 지 9년째로 접어든 정호진 목사는 아이들이 부모 직업란에 당 당히 '농부'라고 써내는 걸 보면서 흐뭇하다. 그리고 더 흐뭇한 건 자기 자신 이다.
농사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더 많다. 때로는 벌들을 보면서 무 아지경에 빠지기도 하고 어둠이 내리는 황혼녘에 땀방울을 씻어내며 맨발로 대 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황홀한 기분도 맛볼 수 있다. 대지와 하늘, 내가 모두 하나가 된 듯한 기분 말이다. 환경운동가인 정호경 신부가 농촌으로 들어간 것은 신명을 바쳐 내가 하고 싶 은 일을 하다가 가는 은퇴 없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성당 일과 농사 짓기, 집짓기를 함께 하는 그는 삶에 자신감을 얻었다.
"나는 농사짓기도 할 수 있고 집짓기도 할 수 있다. 어제 그렇게 긴 시간 일했 는데도 오늘 새벽에는 피로도 사라지고 상쾌하다.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충 분히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욕심을 부리면 무리가 따른다. 힘 닿는 대로 일하면 일용할 양식은 하느님이 주신다. 걱정하지 말고 살자."
물론 누구나 아는 진리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도무지 느낄 수가 없 는 감동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세상의 속도에 몸을 맞춰야 하고 어디 로 가는지 돌아볼 틈도 없는 우리네 삶 속에 깨달음이 찾아오기는 힘들다.
책에는 이 밖에도 동화작가 권정생 씨, 산청 간디학교 양희규 교장, 귀농운동 본부장 이병철 씨, 번역자이자 목사인 이현주 씨, 전통 동요연구가인 편해문 씨, 전북 무주에서 생태마을을 꾸려나가는 허병섭 목사의 삶이 담겨 있다.
그들의 삶은 낮으면서도 깊다. 굳이 휘황찬란하게 살아야만 삶인가. 내가 먹을 것 내가 일해서 만들고, 가끔식 하늘을 올려다보고, 시냇가에서 하루 종일 놀 다가 새카맣게 그을린 채 돌아온 아이들의 순박한 눈망울을 보는 것. 그것이 더 진정한 아름다운 삶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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