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만들기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 대 질소 비율(탄질비) 조절이 중요하다. 탄소질은 수분이 적은 마른 풀 같은 것에 많고 질소질은 수분이 많은 인분이나
축분, 소변, 음식물찌꺼기 등에 많다. 그래서 퇴비 만들기에서는 수분의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 수분이 40% 이하면 건조하여 발효가 늦어지고
60% 이상이면 습해서 공기의 공급을 방해하여 발효보다는 부패작용이 커지게 된다. 퇴비가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되면 비료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악취도 나고 파리나 구더기 같은 벌레가 끼며 해로운 병해충의 발생을 촉진한다.
탄소질은 미생물에게 서식처와 산소를 제공해주고, 질소질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주기 때문에 둘은 항상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름 만들기의 요령은 물기를 잘 조절해 주는 것에 있는데, 음식물 찌끼나 인분, 축분, 소변 등에는 수분이 많으므로 톱밥이나 대패밥,
볏짚, 왕겨, 재, 부엽토 등으로 물기를 낮춰주고, 낙엽이나 마른 풀 등에는 소변이나 음식 찌끼 등을 섞어주어 물기를 보충해 주는 데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질이 많은 층과 질소질이 많은 층을 켜켜이 쌓아간다.
퇴비를 이렇게 쌓을 때에는 우선 밑바닥은 공기가 잘 통하도록 마른 풀 등을 깔아주고, 퇴비 더미에 빗물이 침투해 들어가지 않도록 둘레로 홈을
파주거나 조금 높은 곳에다 쌓는다. 그리고 퇴비를 켜켜이 다 쌓은 다음에는 맨 위층에는 또한 탄소질이 많은 풀 등으로 덮고, 위에다 거적이나
불투명 비닐 등을 덮어 햇빛과 빗물의 피해로부터 보호를 해 준다.
거름을 켜켜이 쌓을 때에는 물기 있는 질소질 비료를 많이 쌓더라도 적당히 물을 공급해주는 게 좋은데,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축축한 느낌이 들
정도가 좋다. 이렇게 쌓아두면 더운 여름날에서는 삼주나 한 달 정도면 발효가 되는데, 퇴비더미에 발효열이 60도 정도로 올라 거적을 거둬보면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다. 봄가을에는 한 두 달 정도 겨울철에는 그 이상 지나야 발효가 된다. 발효열은 살균 작용도 하고 퇴비 전체적으로 발효
효과를 골고루 퍼지게 한다. 이 때쯤 되어서 퇴비 더미를 뒤적거려 주는 게 좋은데, 안쪽 것은 바깥 쪽으로 바깥 것은 안쪽으로
섞어준다.(그림-11,12,13)
주말농장과 같이 몇 평되지 않는 조그만 텃밭에선 퇴비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밭 한쪽 귀퉁이에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다 같은 방법으로 쌓는
것도 괜찮다.(구덩이 판 단면 그림) 주말농장이라면 주로 음식물 찌꺼기가 많을 텐데, 탄소질 거름으로 주변의 마른 풀이나 정 구하기 힘들면 집의
신문지를 모아 찢어서 쌓아주면 된다.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한 퇴비 만들기에서는 몇 가지 조심할 것이 있는데, 고기 덩어리나 음식물 국물이 그것이다. 고기 덩어리는 구더기나 파리,
들쥐를 꼬이게 할 수 있어 좋지 않고, 김치 같은 음식물 국물은 염분이 많아 발효를 늦게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고기 덩어리는 잘게 쪼게
넣으면 좋은데, 여의치 않으면 재를 듬뿍 쳐주고, 국물은 가급적 제거하고 넣어준다.
그러나 텃밭농사(주말농사)를 할 사람에게 질소질이 많은 퇴비 재료를 구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사실 버리기 힘들어
퇴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지 그것으로 양을 충분히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인분과 축분인데 전문 농사꾼이 아니고서는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텃밭농사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운 것은 아마 깻묵일 듯하다. 참깨나 들깨를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은 질소질 비료로는 제일
훌륭한 재료 중에 하나다. 인분이나 축분은 병해충이 꼬일 가능성이 많고, 축분 중에 소똥은 풀씨가 많아 풀을 많이 발생시키고, 돈분이나 계분은
비료 효과가 크지만 오래 쓰면 땅을 산성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깻묵은 열을 가한 것이라 일차 살균이 되어 있고, 풀씨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이라면 깻묵 덩어리를 부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많은 양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텃밭농사에서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는 것이다.
깻묵 또한 질소질이 많아 병해충이 낄 수 있기 때문에 앞의 방법대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은데, 일단 뜨거운 열로 처리된 것이라 물기가 없으니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거름을 직접 만들기가 어려운 사람은 발효된 퇴비를 종묘상에서 돈분, 계분과 톱밥을 섞어 충분히 발효시킨 퇴비를 사다 흙에 깔아주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다. 20kg 짜리 한 푸대에 4,000원 정도 하는데 한 5평에서 10평까지 깔아줄 수 있다.
거름은 다음 해에 쓸 것을 미리 늦가을에 만들어 놓는 게 좋은데, 늦어도 밭 만들기 한 달 전에는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숙성된
퇴비를 흙에 깔아 줄 수 있다.
질소질 비료만이 아니라 인산 가리질 비료도 만들어 쓰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는 작물의 목질부를 튼튼히 해주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해주므로
작물이 꽃을 피워 생식성장을 할 때 웃거름으로 주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가 풍부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은 쌀겨인데, 질소질 비료를 만들 때처럼
쌀겨와 탄소질의 재료를 켜켜이 쌓는 식으로 만든다. 쌀겨는 굳이 발효시키지 않더라도 직접 작물에 뿌려주는 것도 괜찮다. 작물 주변으로 뿌려두면
풀의 발아도 막아주는 덮개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삭아서 작물에 필요한 인산 가리질 비료를 공급해 준다. 발효시켜 주는 것보다 속효성은
떨어지지만 덮개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괜찮은 방법이다.
질소나 인산질 비료 말고 중요한 비료 중에는 미량 요소 비료가 있다. 이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철이나 구리 망간 붕소 같은 무기물 들인데, 아주
미량만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고 이것들이 모자라면 작물이 병해충에 약하고 병이 잘든다. 거름을 정성껏 골고루 만들어 주면 이것들도 다 들어가
있지만 작물의 성장 상태를 보아가며 이것들이 결핍되어 병이 생기면 따로 종묘상에 가서 미량 요소를 사다 뿌려 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거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작물이 다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깨 콩 도라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박토에서 잘자라고, 이 중에 콩은 공기의 질소를 흙 속에 고정시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콩 뿌리에서 살기 때문에 흙을 거름지게 해주는 고마운 작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콩 같은 경우는 옛부터 논둑이나 밭둑에다 많이 심었고 따로 콩 밭을 만든다면 거름을 많이 먹는 옥수수 같은 것을 콩 밭
둘레에다 심곤했다
풀메기
유기농법에서 가꾸기의 핵심은 풀매기(김매기)에 있다. 원래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풀 한번 메주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풀매기는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풀을 매주는 횟수는 작물마다 다른데, 대개는 파종이나 모종옮겨 심기 전, 심고 나서 대략 한달 정도 지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어느 정도 마쳐 꽃을 피울 때쯤, 그 다음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쯤 해주면 된다.
감자나 들깨나 생강 같이 북주기를 해줘야 하는 것들은 두 번 째 풀을 매줄 때 북주기를 겸해서 해 준다.(그림-40) 그리고 이 때 웃거름을 한 번 준다. 보통 풀매기를 이런 식으로 때 맞춰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풀 자라는 것을 보아가며 융통성 있게 해 주면 되는데, 그러나 이 중에 파종하기 전과 북줄 때의 풀매기는 반드시 해 주어야 하고, 장마 전과 후에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작물이 풀에 영향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랐기 때문에 그 다음에 또 풀이 나도 작물에 가리워 햇빛을 못받기 때문에 풀은 잘 자라질 못한다.
풀을 매는 요령은 처음 파종할 때와 북 줄 때는 되도록 뿌리 채 뽑아낸다. 뽑을 때는 손으로 그냥 잡아 빼지 말고 호미로 땅을 파가며 뽑는 게 좋다. 손으로 잡아 빼면 뿌리에 묻는 흙까지 뽑혀 밭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어 호미로 파주어야 하는데, 호미로 파면 땅을 부드럽게 해주는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
매준 풀은 그냥 버리지 말고 그 자리에 깔아준다. 깔아줄 때는 풀의 뿌리가 흙에 닿지 않도록 전에 깔아놓은 풀 위로 뿌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겹쳐 깔아준다.(그림-43 덮개로 깔린 풀, 여기에 벌레도 살고, 삭으면 거름도 된다.) 이렇게 깔아주면 풀은 흙덮개 역할을 하여 다음의 풀 발아를 억제해주고, 벌레들의 서식처도 될 뿐만 아니라 흙의 습기를 유지해주고 삭아서는 거름이 되어준다.
장마 전 후의 풀매기는 낫으로 슥슥 베주는 것으로도 족하다. 작물이 꽤 자랐기 때문에 남은 뿌리에서 다시 풀이 자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낫으로 벨 때는 흙 바로 위의 줄기를 베주고 앞에서처럼 그 자리에 깔아준다.
마지막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는 풀과 작물과 함께 낫으로 베서 반드시 흙덮개 용으로 꼭 깔아준다. 그래야 풀이 다시 자라지 않아 다음 작물을 심기가 좋다.
■ 웃거름[追肥] 주기
밑거름을 충분히 주었어도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다비성(多肥性) 작물은 웃거름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다비성 작물은 고추나 호박 같이 열매를 맺는 과채류(果菜類)와 대파나 생강 같은 양념류들이 대표적이다.
웃거름을 주는 시점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보통 북줄 때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맞추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하기 전에 주고, 열매가 맺혀 자라기 시작할 때 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후에 많은 비로 인해 거름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때도 꼭 웃거름을 준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웃거름은 작물의 성장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주어야 한다.
웃거름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질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 인산 가리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 미량 요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를 잘 판단하여 작물이 요구하는 것을 잘 찾아 주어야 한다. 작물의 줄기나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때(영양 성장을 부실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에는 인산 가리질 비료를, 병이 잘 걸리는 작물의 경우 예방할 목적으로 미량 요소 비료를 준다. 특히 오이 같은 경우는 노균병에 아주 잘 걸리는 작물이어서 하우스 관행농법에선 하루에 두 번씩이나 농약을 뿌려줄 정도이다. 농약을 주지 않고 예방과 저항력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바로 이 미량 요소를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질소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앞에서 자세히 얘기했지만, 웃거름용으로는 깻묵 액비가 제일 좋다. 깻묵을 물이 통하는 푸대자루에 담고 뚜껑이 있는 물을 넣은 고무다라에 담근다. 벌레가 끼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면 더 좋다. 깻묵과 물의 비율은 1대 10이 좋다. 여름에는 한달, 봄 가을에는 두 달이면 충분히 발효된다. 작물에 주는 방법은 물로 다섯 배 희석시켜 작물 잎사귀에 엽면 살포한다. 또는 작물 포기 옆에다 쇠막대기로 구멍을 뚫어 액비를 넣어주면 속효성 비료가 된다. 농약 분무기를 이용하면 더 편리한 데, 물을 분사시키는 장치를 제거하고 분사 파이프를 포기 옆에 흙에다 쿡 질러 넣은 다음 펌프를 하면 쉽게 액비를 살포할 수 있다.(그림-41 분무기로 액비 주는 모습)
인산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쌀겨와 재나 숯가루나 마른 풀 등을 잘라 켜켜이 쌓아 발효시킨다. 약 한달 지나면 발효되는 이를 포기 주변으로 빙 둘러 뿌려 주고 흙을 덮는다. 아니면 쌀겨를 발효시키지 않고 재나 숯가루와 섞어 작물 주변으로 뿌려 주어도 괜찮다.
미량요소 비료는 종묘상에서 사다가 마찬가지 방법으로 뿌려 준다.
웃거름으로 훌륭한 것 중에 하나가 청초액비인데, 종합비타민 처럼 종합 영양제로 보면 된다. 풀을 매준 신선한 잡초들을 10cm 정도 잘라 쌀겨와 흑설탕을 함께 넣는다. 고무다라에 신선한 풀과 쌀겨를 켜켜이 쌓아서 맨 위에는 쌀겨와 흑설탕을 섞은 것으로 골고루 뿌린다음 무거운 돌을 눌러 놓는다. 돌을 눌러 놓는 것은 공기를 빼기 위한 것이므로 하룻밤 지나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어 숨이 죽는데 그 때 돌을 제거하고 쌀겨 흑설텅을 제거한 다음 한지나 신문지로 덮고 뚜껑을 닫는다. 여름에는 일주일이면 삭는데, 녹색의 풀이 황녹색으로 변하면 숙성이 끝난 상태로 보면 된다. 그리고 나면 풀들을 소쿠리에 담아 액만 걸러내고 따로 보관해서 웃거름용으로 쓰면 된다. 여기에 깻묵을 섞으면 더욱 고급의 청초액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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