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
국중성/어린이 회관 |
흔히 정원에 심어 여름에 분솔처럼 피는 분홍색 꽃의 은은함을 애상하는 나무로 근래에 널리 알려져 가고 있는 나무다. 이 나무는 한 여름동안 진녹색의 시원한 잎새를 치렁치렁 펼쳐 내리고 있다가도 황혼이 내릴 무렵이면 활착되었던 잎새들이 안으로 오물어 들기 시작하여 밤이 되면 합쳐진다 하여 야합화 또는 합환목이라 하는가 하면 황혼이 물들면 오물어 든다하여 합혼목이라 전하기도 하고, 그 잎새가 주름치마처럼 치렁치렁 늘어져 있음을 비유하여 청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외에도 오뢰목, 마령화, 세수분 등 숫한 이름으로 불려진걸 보면 오랜 이전부터 선대조상들로 하여금 인연하여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나무는 옛부터 성내임을 사그라들게 한다 하여 뜰악이나 울섶가에 심고 가꾸었다는 기록을 문헌에서 볼 수가 있다. 옛날 중국에 무모라는 선비와 그의 부인 조씨 사이에는 늘 불화가 깃들어 화목하지를 못하였는데 누구의 권유를 받고 이 자귀나무의 꽃을 따다가 베겟 속에 넣어 은은한 향기를 취하여 가내 화목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고담도 있다. 그런 뜻에서인지 이 꽃을 영화라 칭하고 있다. 하여간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옛부터 이 나무는 울안 가까이에 심으면 집안이 화락해지고 금슬이 좋아진다 하여 길상목으로 여겨왔던 것이니 정히 그렇다면 이 이상 더 무슨 약효가 바랄 것인가. 흔히 하는 말로 애정으로 난 병통은 약이 없다는 속언도 있는데, 이러한 애증병에도 특효가 있으니 과연 선약이 아닌가. 또한 이 자귀나무의 껍질을 황혼피 또는 합환피라 하여 한방에서 약용으로 쓰고 있는데, 보감에『영화수피라는 것은 곧 야합화 뿌리다』라고 하였으니 바로 이것을 말함이다. 또 한방에서 합환피라 함은 자귀나무 뿌리의 껍질을 벗긴 것을 말한 것이다 이는 진통, 진해, 구충약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보감에 보면 맛이 들큰하니 오장을 편하게 하고 심지를 화하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환락하게 하고, 걱정이 없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타박상, 해수에 쓰이며 이를 데워 고약으로 쓰이며 잎사귀를 끓여 그 물은 세탁용으로 취하여 쓰이기도 하니 일물백방의 용도에 감목할 뿐이다. 이는 인체에만 용약이 아니라, 한여름에 이 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고추밭이랑 사이사이에 듬숙히 깔아주면 각종 벌레가 침범치를 못할 뿐 아니라 달리 비료를 주지 않해도 돌덩이처럼 단단한 고추가 주렁주렁 실하게 열리는 것을 필자는 어려서 고향에서 많이 보아왔다. 또 합환목은 새의 것처럼 갈라진 보드러운 잎이 늘어져 여름의 한낮을 그늘로 가리워 줄때는 정원수로서 한가정의 정신건강에 기여함의 큼이 어디에 비할 것인가. 이 또 한눈에 보이지 않는 영약의 혜택을 모름지기 받고 있는게 아닐가. 이 나무는 자귀나무과에 딸린 소교목성 활엽관목으로서 산밑 기슭이나 중턱에 수림대를 두어 식재함이 적절할 것이다. 뿌리가 잘리는 대로 그 자리에서 새싹이 돋아 번식되므로 약재를 채취하면 할수록 증식된다. 잎은 당년에 나온 새 가지에서 나오며 꽃도 거기에서 피는 것이니 가지를 자주 꺾을수록 수형이 왕성해지니 용도에 따라 깎어낼수록 정원수로는 묘하게 수형이 다듬어 진다. 자귀나무는 산간지 어디든지 자라지 않는 곳이 없으니, 기왕에 산야를 경영하는 분 아니면 심도가 얕고 척박하여 다른 나무가 잘 안되는 위치를 골라서 이 자귀나무를 심도록 권하고 싶다. 장차 이 나무가 어우러져 지상공간을 녹푸르게 우거져 그늘을 지을 때 그 밑에는 다른 초훼류의 번식이 무성하게 될 것이 아닌가. 여기에 알맞는 약초를 야생방초로 심어두면 힘 안들이고 얻는 소득이 될 것이다. 거개의 경우를 보면 규격에 맞는 집단면적의 땅이 없이는 생약배양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들 있는데 식물마다의 특성을 보더라도 그늘을 좋아하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돌 틈이나 암석을 곁들여 찌들게 견뎌 사는 종류가 있고 숲속 깊숙한 유곡에라야 자라는 특성을 지닌 것들이 있으니, 어찌 그것들을 한자리에 놓고 같은 환경을 주어 한결같이 키워낼 수 있을가. 방약술어에 복령은 소나무 썩은 등걸 밑을 가야 구한다 하였듯이 그것은 그런 환경에 것이라야 약효를 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적어도 산을 경영한다 함은 그 산체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백초만훼를 골고루 공생을 기할 수 있도록 운영할 수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일찌기 선조대왕이 허준을 불러 명하기를 남이 만든 방술 의서로는 재료를 멀리 구해야되는 불편이 있으니, 이 땅에서 산출되는 물목약재와 견주어 맞도록 하라는 분부를 내리셨던 것인데 실은 우리토양에 없는 것이란 기후에 맞지 않는 열대성식물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없이 다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보아 우리 강역에는 일찍부터 민생에 필요한 모든 것이 고루 갖추어 점지된 성지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이토록 민생을 구하는 귀한 백초훼목이 저 산야에 널려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찾게되니 가히 한스러울 뿐이다. |
출처 : 칸의 생태자급자족 교실
글쓴이 : 飛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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