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와 도시집중으로 예전의 재활용구조는 무너지고 도시는 자급자족 기능을 상실했다. 도시며 농촌이며 할 것 없이 점점 쓰레기로 덮여가고 있고,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국민비용 부담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와 장치비용을 최소화한 생태순환방식으로 생활쓰레기를 농작물의 퇴비로 만드는 것, 어쩌면 이 화학적 이치는 인간과 환경이 다시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쌀 씻은 물을 받아 국과 찌개를 끓이고, 상에는 밭에서 난 건강하고 싱싱한 채소가 하나 가득이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면 누룽지로 만든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채소 씻은 물로 수세미와 짚을 이용해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 한 물은 돼지에게, 채소 다듬고 남은 것은 소에게, 혹 남은 밥과 생선뼈는 키우는 멍멍개에게 준다.
쌀 씻을 때 나온 못 먹는 알곡까지 닭에게 주고 나니, 이제 남은 건 날씨가 더워 상한 음식들과 동물들도 못 먹는 식물의 딱딱한 껍질과 뿌리. 이것들을 한데 모아 집 밖 한쪽에 만들어 놓은 퇴비더미에 섞어버린다.
이 퇴비더미에는 소똥, 돼지똥, 멍멍개똥, 식구들의 똥, 풀, 볏짚 따위의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고, 닭들이 그것을 파헤치며 남은 음식과 지렁이를 잡아먹는다. 처음엔 냄새가 심했지만 아버지께서 뒤집기를 몇 차례하니,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냄새가 없어지고 지렁이가 한두마리 늘기 시작한다. 지렁이가 많아지면 아버지께선 벼, 고추, 배추, 콩, 무 따위를 키우는 밭에 이것들을 가져다 뿌린다. 다시 이 밭에서 난 잡곡과 채소들은 맛있는 밥상에 오른다.”
남는 것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순환되는 평범한 시골마을 한 가정의 풍경이다. 그리고 이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땅 속에 묻히고 태워진 각종 폐기물와 쓰레기를이 흙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남은 것들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만 톤이 넘고 일년에 8톤 트럭 1천4백대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 53%, 음식점ㆍ단체 급식소ㆍ농수산물 유통시장에서 47%가 발생하고 있다. 채소류가 46%, 곡류가 22%, 어육류가 16%, 과일류가 16% 정도 차지한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치면 연 15조원 가까이 되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연간 4천억원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7%로 70% 이상의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귀중한 자원이고 에너지가 될 수 있는 남은 음식물들이 그대로 버려져 후손들에게 깨끗하게 물려줄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살리는 일은 귀찮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작은 한걸음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생활 속 실천법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
- 농민들과 주부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남기지 않고 먹습니다.
- 식단을 짠 후 꼭 필요한 식품만을 알맞게 구입합니다.
- 식품 구입시 쉽게 상하지 않도록 신선도가 좋은 식품을 선택합니다.
- 음식 조리할 때 식사량을 감안하여 알맞게 장만합니다.
- 버려지는 찌개류는 수질 오염을 시키므로 꼭 먹을 만큼만 조리합니다.
- 반찬 그릇은 작은 것을 씁니다.
- 음식점에서 먹다 남은 음식은 청결하게 포장하여 싸 옵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 여행할 때에는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 이물질과 물기를 빼고 철저히 분리수거합니다.
버려지는 음식물, 지혜로 재활용하기
- 채소는 다듬는 과정에서 버리는 부분을 최대한 줄입니다.
- 배추 겉잎 : 끓는 물에 데쳐 냉동실에 넣었다가 우거지로 활용합니다.
- 과일의 씨방 : 모아서 과일차를 끓입니다.
- 귤껍질 : 기름기를 분해하는 성분이 있으니 그릇의 기름기를 한번 닦아내는 데 씁니다. 말려서 차로 먹어도 됩니다.
- 감자나 사과껍질 : 싱크대나 조리대를 문질러 반짝반짝 깨끗하게 합니다.
- 무나 당근 자투리 : 가벼운 기름때를 닦습니다.
- 채소 자투리, 나물반찬 남은 것 : 볶음밥, 찌개, 튀김 따위를 만듭니다.
- 찬밥 : 식혜를 만듭니다.
- 식빵 : 냉장고 탈취제, 빵가루로 이용합니다.
- 남은 맥주 : 맥주를 걸레나 수건에 묻혀 기름 얼룩을 닦아내고 화초의 잎도 닦아줍니다.
- 쌀뜨물 : 설거지나 집안 청소할 때 천연 세제, 빨래 삶을 표백제, 채소 삶을 때 산화방지, 씻을 때 화장품, 요리의 국물로 이용하여 영양제가 됩니다.
■□■ 퇴비 만들기
1 적당한 용기(약 50ℓ)에 거친 흙이나 톱밥, 왕겨, 깎고 난 잔디, 잡풀, 짧게 자른 짚, 발효흙 따위를 넣어둡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물이 많기 때문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쓰면 좋습니다. 수분 함량은 60%가 적당합니다. 적당한 습기가 있어야 합니다.
2 음식물이 남을 때마다 물기를 빼고, 비닐이나 이쑤시개처럼 잘 썩지 않는 것들을 골라냅니다.
3 번거롭더라도 되도록 잘게 썰어서, 준비해 둔 흙에 골고루 섞습니다. 잘게 썰수록 미생물이 접촉할 면적이 넓어져 더 빨리 분해됩니다. 발효가 더 잘 되는 것입니다.
4 섞어 줄 때, 시중에서 판매하는 발효제를 적당량 뿌려주면 발효가 쉽게 되고,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5 벌레가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도록 헝겊으로 덮습니다.
6 20℃ 이상의 바람이 잘 통하는 구석진 장소에 놓아두고, 틈틈이 뒤집어 줍니다. 공기를 넣어주는 작업으로 미생물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주 할수록 발효가 더 잘 됩니다.
7 음식물 찌꺼기가 흙의 절반 이상이 되지 않도록 반복합니다. 고기류가 너무 많으면 냄새가 심하므로 너무 눌러 담지 않도록 합니다. 한두달 쯤 지난 뒤, 냄새 없이 검은 흙색으로 발효된 흙을 텃밭이나, 화단에 뿌려줍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직접 발효제 만들어보기
시중에서 판매하는 발효제를 사지 않고 집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다. 충북 괴산의 자연농업생활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1 고두밥을 만들어 삼나무로 만든 사각형 나무도시락에 2/3쯤 담습니다.(꼭 삼나무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2 고두밥과 나무도시락 사이에 비닐을 두어 밥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 도시락을 농사지을 밭과 가장 가까운 야산 활엽수 아래 7~15㎝ 정도 땅을 파고 묻습니다.
3 뚫린 윗부분은 한지로 막는데, 이는 미생물과 공기를 소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 위에 얇게 흙과 낙엽으로 덮고 주위에 물을 조금 뿌려줍니다.
4 4~5일이 지나 흙을 파 도시락을 열어보면 하얗고 파란 미생물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여기에 같은 양의 흑설탕을 버무려 항아리에 담습니다. 이 때 항아리의 빈공간을 1/3쯤 남겨두고 입구는 역시 한지로 덮습니다.
5 일주일 쯤 지나면 검은 죽처럼 변하는데 이것을 물에 400배 희석하고, 쌀겨와 흙을 1:1로 버무린 다음 그 위에 뿌려줍니다.
6 거적 등 바람이 통하는 재료를 덮어 심심할 때마다 뒤집고 물을 뿌려 주면, 뜨듯해지다 며칠 지나면 다시 온도 변화가 없어집니다. 이제 하얗고 푸른 미생물들이 가득 생기게 되는데, 음식물 쓰레기나 분뇨 등 퇴비더미에 뿌려주면 퇴비가 잘 발효됩니다.
■□■ 살뜨물을 이용해 영양제 만들기
1 쌀뜨물 2ℓ를 적당한 통에 받아 준비합니다. 첫물이 좋습니다.
2 당밀 또는 흑설탕, 설탕 80cc(커피잔 하나)를 쌀뜨물에 녹여 넣습니다. 당은 미생물의 에너지원입니다.
3 물로 만들어진 미생물(또는 이스트나 요쿠르트)발효제를 20cc(숟가락으로 2개) 정도 골고루 섞어 넣습니다.
4 20℃ 이상의 장소에 놓아두고 틈틈이 잘 저어 주면서 발효시킵니다.
5 벌레가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도록 헝겊으로 덮습니다.
6 3~5일째부터 시큼한 술 냄새가 납니다.
7 5~7일 이후부터 미생물이 자란 이 물을 한 컵 이상 하수구, 정화조, 화장실에 부어주면 물을 깨끗이 하고 냄새를 줄여줍니다.
8 발효시킨 물을 화분흙, 텃밭 흙, 화단흙(10배~50배 희석해서)이나, 식물의 잎(200배~400배 희석해서)에 미생물 영양제로 줍니다.
■□■ 퇴비실 만들어보기
최소한 두칸, 가능하면 세칸짜리 지상퇴비실을 만든다. 세 칸으로 된 퇴비실의 경우, 가운데 칸에는 짚, 건초, 나뭇잎, 잔디 깍은 것, 정원의 잡초 같은 것을 저장해 두고, 인분이나 퇴비를 덮는 재료로 쓴다.
첫째 칸에 일정기간 동안 배설물과 다른 퇴비재료를 채우고 난 뒤 다음 칸을 채운다. 부엌찌꺼기를 포함하여 조성이 좋은 혼합재료를 사용한다. 모든 유기물재료를 한 퇴비실에 함께 투입해버린다. 새 재료 위에는 반드시 건초, 풀, 짚, 혹은 나뭇잎 같은 유기물재료로 덮어야 한다.
퇴비만들기를 통해 배우는 겸손의 미덕
<똥 살리기 땅 살리기>는 우리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분뇨의 퇴비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예찬하는 책이다. 화학비료가 퇴비의 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저자는 지난 20년간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의 분뇨를 직접 퇴비화하고 또 그 퇴비를 이용하여 텃밭에서 여러가지 먹거리를 길러온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단순히 톱밥변기를 만드는 방법과 분뇨를 퇴비화하는 기술을 소개한 실용서를 넘어서 현문명의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삶의 방식을 뒤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철학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쓰고, 디자인하고, 인쇄하고, 판매하는 자가출판한 책이다. 저자ㆍ조셉 젠킨스|역자ㆍ이재성|녹색평론사|8천원
취재ㆍ이세정 기자|취재협조ㆍ(사)흙살림 박동윤 연구원 043-833-0934 http://www.heuk.or.kr 자연농업생활학교 043-832-8777
출처/민초들의 향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