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출신 농사꾼들 희망을 심는다" | ||||
[조선일보 2004-09-16 11:01] | ||||
하늘소 마을, 친환경 농법에 승부를 걸고 오늘도 땀흘려 호미질 [조선일보 김동석, 김영훈 기자] 하늘소마을은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들과 순환농업 시범단지를 조성하는 전북 장수군이 합심해 만든 곳. 순환농업이란 쉽게 말해 축산 퇴비를 논밭 농사에 활용해 토양 오염을 막고, 농사의 부산물은 가축들의 사료로 활용하는 친환경적 농법이다. 장수군은 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에 세부 계획을 세우고 토지 매입, 하늘소영농조합 구성, 마을 기반조성사업 등 기초 작업을 끝마쳤으며 마을 사람들은 12월부터 집을 짓고 1000평 안팎의 군유지를 임대받아 농업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다. 시범단지 조성 당시 장수군은 농촌의 미래를 기약할 젊은 노동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농 희망자를 모집, 총 150여명 중 외지에서 9가구, 군내에서 2가구 등 모두 11가구를 1차로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군은 앞으로 하늘소마을을 총 15~20가구로 확충할 계획이다. 장수군 정천섭 기획팀장은 “하늘소마을은 농촌의 가능성을 믿는 분들로 구성됐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성공적인 농촌 모델로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발 530m인 이곳에 ‘하늘소 마을’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겉보기엔 여느 농촌마을 같지만 이곳 농부들은 대부분 도시 출신 ‘초짜’들이다. 귀농의 꿈을 갖고 농촌생활에 도전하는 도시민들은 많지만 이렇게 도시민들을 중심으로 집단 정착한 곳은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이제 고난이 눈앞에 닥쳐 있죠. 하지만 이곳에 뼈를 묻을 각오로 온 만큼 꼭 해내야죠.” 하늘소 마을 대표 김영규(39)씨의 말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경기도 안산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농촌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8월 15일 ‘하늘소 영농조합’에 가입했고, 겨울에 집을 완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농업은 왕초보 수준. 앞일이 걱정될 만도 하다. 이곳 입주예정 가구는 모두 11가구. 장수 출신인 두 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부산 등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30~40대 초반이며 아이들도 초등학생이거나 그보다 어리다. 이주자의 절반 이상은 대졸 학력이다. 이들은 왜 안락한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산골 오지를 삶의 터전으로 택했을까. “콘크리트 구조물과 입시교육, 경쟁논리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을 만지면서 나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한 그런 삶을 살고 싶었지요.” 20여명의 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한국의 60~70년대를 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작은 개울에 물길을 만들며 놀거나 숲속을 누비고 다녔다. 올여름 최고 인기는 곤충 채집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곤충도감을 들고 다니며 들에서 곤충을 잡아 책과 비교해 본다. 지금은 어른들보다 곤충 이름을 훨씬 잘 짚어낸다. 김씨는 “아침에 아이가 밥 먹고 집 밖으로 나가면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른다”면서 “그래도 전혀 걱정이 안 된다”고 했다.
월요일인 13일은 다리를 다친 마을 대표 김씨네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비닐하우스를 품앗이로 제작하는 날이었다. 익산에서 컴퓨터 제조사업을 하던 이동걸(37)씨가 포클레인 운전대에 앉았다. 흙을 긁어내듯 살살 떠내는 모습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5~6명의 마을 사람들이 달라붙어 비닐하우스의 가로세로 철골을 고정쇠로 고정시켜 나갔다. 해가 지기 전에 길이 11m의 철골조가 완성됐다. 비닐하우스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엔 쩔쩔매다가 오후 들어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하늘소 마을사람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승부를 걸어볼 작정이다. 요즘은 농촌 화장실이 모두 수세식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들은 새로 지은 집에 모두 재래식 화장실을 갖췄다. 퇴비를 쓰기 위한 것이다. 치약도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수구도 자연정화가 되도록 길게 도랑을 구축해 놓았다. 앞으로 집안에서 물이 정화될 수 있도록 마당에 연못을 만들 계획을 세운 이들도 있다. 김씨는 “우리는 전원생활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며 농사를 짓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이곳의 생활은 고달프다. 목가적이거나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농촌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도 규모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웃과 정을 나누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데서 또 다른 삶의 매력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없으니까 불편하다. 이 문제를 KT측과 논의했지만 오지 산 중턱이라는 이유로 비싼 가설비를 제시해 포기했다고 한다. 앞으로 인터넷이 통하면 ‘야심찬’ 도시민들이 만든 이 산골마을은 세상과 다시 교류하게 될 통로를 얻게 될 것이다. 과연 장수의 하늘소는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까. ‘하늘소 프로젝트’에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이들의 몇 년 후 모습이 몹시 궁금해졌다. ●수세식 화장실을 건축하지 않으며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제·비누·치약을 쓰지 않습니다. 수질 및 토양을 지키고 순환농업을 스스로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종이와 나무를 제외한 어떤 것도 임의 소각하지 않습니다. 맑은 공기와 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마을에서 합의되지 않은 농약·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택은 구성원과의 협의를 통해 적당한 평수와 높이로 건축합니다. ●부득이 마을을 떠날 경우 소유한 택지와 건축물은 영농조합의 결정에 따라 다음 입주자에게 처분합니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방지하고 새 입주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장수=김동석기자 ds-kim@chosun.com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yh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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