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스크랩] 고추농사 어떻게 할 것인가(5)-마침

동곡 2005. 5. 20. 11:52

추파용 호밀의 봄 파종시 생리와 파종방법상의 차이점에 대하여

 

 추파용 호밀을 9월말이나 10월초에 파종하게 되면 본엽이 3-5매인 상태에서2-3개 분얼을 하고 겨울을 맞게 된다. 이 상태에서 영상 10도 이하의 온도에 50일 이상 노출될 경우 화아분화(꽃눈형성)를 하여 이듬해 봄에 분얼 완료 후 4월 말경 출수하여 6월 말경 결실하여 수확하게 된다. 물론 국내 파종은 연작장해 방지용이나 청예사료용이기 때문에 수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추파용 호밀을 봄에 파종할 경우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는 저온감응이 되지 않아 화아분화를 하지 않고 영양생장만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봄파종시기 및 파종방법에 따라 일부 화아분화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파종시기 및 방법과 화아분화의 상관관계


  담배이식 후 4월 15일 이내 파종 경우에는 화아분화 비율이 높다. 산파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고추이식 전 후 4월말이나 5월초 파종 경우 비율은 현저히 낮아진다. 5월파종시에 점파할 경우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산파시에는 일부 발생한다.

 

 봄파종시 발생하는 화아분화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봄파종은 시기적으로 영상 10도 이하의 온도에 50일 이상 노출될 일이 없지만 9월말이나 10월초보다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발아하는 호밀씨앗이 발아 및 본엽출아시에 받은 단 며칠간의 극심한 저온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DNA 보존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산파시에 더욱 심하게 발생하는 까닭은 산파가 점,조파에 비하여 파종 후 종자피복이 잘 되지 않아 발아시에 상대적으로 저온에 더 심하게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4월 15일 이전 파종시 화아분화에 의한 출수비율은 산파시에 약 35% 내외, 점파시에는 10% 내외이다. 5월 초 파종시에는 산파가 15% 내외, 점파시에는 5% 이내이다. 출수시점은 대개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 사이다.

 

 이렇게 출수한 호밀이삭은 거의 결실되지 않는다. 약 5년여동안 결실된 이삭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한 분이 일부 결실되었다고 하였으나 확인하지 못하였고, 고온 다습한 장마에 가뜩이나 좌지후 고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라서 현실적으로 출수를 하더라도 자식을 낳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일부 화아분화한 호밀을 제외한 나머지 호밀들은 영양생장만 하게 된다. 이후의 과정은 글(2)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생략하고 9월 이후의 과정으로 넘어가자.

 

  장마시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호밀들은 9월초부터 생육을 시작하는데 생존비율은 토양조건 및 기후 등에 따라 30-80%정도 된다. 현재 올 고추대를 걷어낸 밭 곳곳에 호밀들이 재생육하여 골을 다시 뒤덮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호밀들은 이후 가을 파종 호밀과 동일한 생육과정을 밟겠지만 그 생육정도에서는 비교가 되지 낳는다. 내년 봄 4월 출수기때 확인해보면 포기당 대부분 100개 정도의 이삭을 달게 될 것이다. 최대 140개까지 확인한 적이 있다. 이 점은 향 후 호밀 자가채종을 해야 하는 경우에 대단히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즉 관리여부에 따라 채종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수확은 6월말이나 7월초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작물재배 헛골에 호밀을 심어 여름과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여름에 수확할 경우 4월 초 파종-다음해 6월 말 수확이 되어 장장 15개월동안 생존하여 1년생 식물의 개념 자체를 뒤흔들 수 도 있다. 향후 채종시에 활용하기 바란다.

 

* 파종방법과 화아분화에 의한 출수에 따른 포지에서의 작업 비교

1) 산파
 - 화아분화 비율이 높아져 골의 통풍이 방해받을 수 있다. 바로 베어주지  않을 경우 특히   키 작은 작물 재배시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술이 날려서 작물잎에 않아 늘어붙을 경우 병 발생의 원이이 된다.
 - 예취기로 벨 수 없다. 반드시 낫으로 베어야 한다.
 - 5월 가뭄 시작시 두둑 바로 밑에 떨어진 호밀의 뿌리가 쉽사리 두둑으로 이동하여 두둑의 수분을 탈취할 경우 수분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 발아율 및 발아세가 떨어져 우점종화하지 못함에 따라 공간장악에 문제가 발생한다.
 - 호밀생육총량이 점파에 비해 적어 토양의 물리성 개선 및 부수적 효과인 퇴비발생량이 적다. 물론 파종량을 크게 늘리면 되겠지만 이 경우 극심한 수분부족을 야기한다.

 

2)점파
 - 화아분화 비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
 - 언제든지 예취기로 벨 수 있다.
 - 가뭄시에 수분부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발아율, 발아세가 좋아 보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
 - 생육총량이 산파에 비해 월등하다.
 - 미적인 측면에서 아주 좋다. 물론 산파가 자연스러운 파종방법이긴 하지만 이미 호밀 의  파종시기를 왜곡한 이상 미적인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무조건 점파, 아니면 조파.   산파는 책임 못져.


 

호밀 사이갈이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 토양, 호밀, 잡초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호밀은 윤작효과가 뛰어난 화본과 식물이자 그물맥 식물이면서 심경효과가 뛰어나다는 특징은 지니고 있지만 호밀은 본질적으로 잡초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호밀을 심는다고 해서 자연의 완전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 (1)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윤작은 자연의 동시공간에서의 다양성을 시간상으로 억지 구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밭 토양 악화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호밀, 밀, 보리 등 화본과 식물이 작부체계에서 빠진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멀칭필름 도입 이 후 작물과 잡초가 공간적으로, 시각적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멀칭필름 도입 이후 첫째, 조기재배가 가능해지면서 동곡(밀, 보리 등 추파용 화본과 작물)이 작부체계에서 빠지게 되었고, 둘째, 잡초를 완전히 분리 타격할 수 있게 되었고 셋째, 때마침 보급되기 시작한 제초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작업조건이 완비되었다. 수천년 건강함을 유지하던 우리의 토양은 멀칭도입 이후 위와 같은 제 조건들로 인해 이십여년만에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사실은 멀칭필름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작물과 찹초가 공간경쟁을 하면서 함께 자랐고, 농부는 다양한 잡초를 제거하면서 함께 빈 공간의 흙을 긁어 통기성을 향상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멀칭도입이후 그물 맥 식물내의 연작이 강화되었고, 지온상승에 의해 토양의 자연능력 밖 범위의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지력이 급속하게 수탈된 점, 제초제의 남용으로 미생물이 사멸되어 통기성이 급속하게 악화된 점,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는 골에서 토양 생태계의 근간인 식물, 즉 잡초가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언제나 옷으로 자신의 속살을 감추고 있는 산과 들과는 달리 우리의 밭들은 언제나 속살을 드러낸채 추위와 더위를 감내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흙이 보이는 공간은 자연이라는 생명에겐 생채기일 뿐이다.

 

 토양 악화 정도에 따라 생명력이 질긴 순서대로 자연(토양)이 계속 잡초종을 바꿔서라도 마지막까지 속살을 덮어 생채기를 내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토양 살리기의 근본은 잡초를 키워 속살을 덮는 것이다. 호밀 사이갈이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잡초살리기와 다르지 않고, 호밀 또한 본질적으로 잡초와 다르지 않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 하고 고추밭의 잡초를 손으로 뽑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호밀 사이갈이를 단순한 기술로만 인식할 뿐 공존의 다양성의 철학으로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지난 오년간 이런 경우는 두 번 발생하였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호밀만 제외하고 풀만 골라뽑은 일주일 후 그 사이 비 한 번 오지 않았는데  그렇게 싱싱하고 탄력 넘치던 고추가 시름시름 앓더니 역병, 탄저병으로 끝장나 버렸다. 토양 내부적으로는 고추와 호밀, 기타 잡초의 뿌리가 서로 얽혀 있는 상태에서 잡초를 뽑는답시고 안정된 생태계를 흔들어 버렸으니 어찌 되겠는가. 철학적으로는 '다양성의 거부가 부른 화' 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농부들이 왜 이렇게 잡초를 마치 적인양 미워하고, 공존과 다양성을 거부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누가 수채구멍에 뜨거운 물 한 바가지 함부로 버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 선조들의, 가까이는 아버지 세대들의 공존의 사고를 앗아갔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꼭 재배방식만의 변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들어오기 전후 약 삼십여년 계속된 파시즘이 우리 농민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면화한 결과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찌 파시즘이 우리 인간만의 문제이겠습니까?. 토양과 잡초에 대한 파시즘이 다시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모든 파시즘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베기는 하여야겠지만 뽑아서는 안됩니다. 고추를 위해서도, 내면화한 파시즘 극복을 위해서도....

 

  이상 고추농사 어떻게 할 것인가 ?  연재는 마치도록 하겟습니다. 부족한 글 많이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방식이든, 사적인 방식이든 경험적인 범위내에서 답해드리겠습니다.

 

  운연진에게 부탁합니다.
전작 재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 방식의 내년 적용 과정을 서로 공유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호밀전용공간을 꾸리면 어떨까요.

 

  독점하면 정보가 되고 공유하면 일반적 사실이 됩니다. 공유하고 공존합시다. 

 

                                                                                     합장

 

 

영월 사하원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사하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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