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스크랩] 퇴비측면에서 본 호밀 사이갈이

동곡 2005. 5. 20. 12:09

  요즘

녹색평론에서 출판한 '똥살리기,땅살리기'(인분 핸드북)책을 보고 있습니다.

인분을 이용하여 쉽게 퇴비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한세대 전 우리 농부님들이 하던 방식을 좀 더 쎄련되게 가다듬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호밀을 하면서 퇴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금비와 퇴비의 문제. 이 문제는 사실 귀농인들 입장에서, 그러니까 인식에서 실천으로 가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금비를 멀리 하게 될 것이고, 현역 농부들 입장에서 특히 , 점점 고령화하는 농부들 입장에서는 대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힘들여 많은 퇴비를 자가제조하거나, 갈수록 힘든 시골살림에 소위'유기질 비료'라고 포대에 담아 파는, 성분이 불확실한 퇴비를 수백포씩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둘째는 퇴비의 역활에 관한 문제입니다. 도대체 퇴비는 무슨 역활을 하는 것인가?  농부들끼리는 막연하게' 땅심을 돋우는데 퇴비가 제일 좋다'라고 하면 다 통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막연한 이야기입니다.

 

 셌째는 두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자연상태의 토양 및 식생에 관한 문제입니다. 임학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조림하여 비료와 퇴비를 주고 잘 가꾸나 그냥 자연상태로 두나 일정기간 후 임목축적량은 거의 같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과연 비료, 퇴비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꼭 퇴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넸째 퇴비의 살포에 관한 방법입니다. '땅속에 넣어야 한다', '아니다. 그냥 토양에 덮어 주어야 한다' 등등

 

위 여러 문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됩니다만

 

'가장 중요한 퇴비의 역활은 무엇이냐 ' 라고 했을때,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간략하게 적어보면

 

첫째)  다양한 무기성분을 토양에 공급한다는 것.

 

둘째)  다양한 유기물을 통해 다양한 미생물을 끌어모아 토양내 미생물 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셋째) 미생물 및 부식에서 분비되는 유기산에 의하여 토양 내부의 풍화를 촉진하여 각종 미네랄을 공급하는 것

 

넷째)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토사유실을 최소화하는 점

 

다섯째) 미생물의 역활로 토양의 물리성이 증대되어 토양의 통기성이 향상되어 토양에 충분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고 유해가스가 쉽게 배출 될 경우 뿌리의 활력이 증대되어 내병성이 강화되는 점. 이는 특히 칼슘이나 가리같은 알칼리 성분이 산소 부족시에 숫놈이 된 질소와 상호 길항하여 병약한 질소과잉의 작물이 되는데 반하여 산소공급시에는 질소가 암놈이 되어 숫놈의 알칼리 무기성분들과 길항하지 않게 되어 튼튼한 생육이 가능하게 됩니다.

 

 여섯째) 이것은 인분핸드북을 보고 알았습니다만 기름이나 화학약품으로 오염된 토양의 정화효과도 대단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공병대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만 대부분의 효과가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종 다양성을 통한 병원성 미생물의 밀도 감소, 물리성 증대에 의한 제 효과 , 토양내 풍화 촉진 등

 

 호밀로 넘어가서

 

호밀을 심을 경우 위 효과들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생육중의 효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호밀이 약간의 잡초와 같이 있을 경우 뿌리를 통해서 다양한 유기산이 분비되는데 이는 유기물 퇴비처럼 다양한 미생물들의 에너지원이 되어 실뿌리에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들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호밀 생육 중간에 조심스럽게 파서 들어보면 작은 흙덩이(유기산에 달라붙은 미생물들과 흙의 범벅)들이 그야말로 주렁주렁 열린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이 하는 효과는 퇴비에 의해 생성된 미생물들이 하는 효과와 같습니다.

 

 오히려 물리성 측면에서는 살아 있는 호밀뿌리가 계속 큰길을 내고 미생물들이 작은 길들을 끊임없이 만들기 때문에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양 풍화 측면에서는 호밀 뿌리가 계속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단순히 미생물만의 힘으로 뚫는 것보다 월등한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측면은 토심 20cm내외에 형성되어 있는 불투수층(경반층)해소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드러냅니다. 그 정도는 앞 글에서 폭우시 배수정도로 기술한 바 있습니다.

 

 호밀은 한편 과잉염류를 해소하여 토양을 정화하고 사용 불가능상태(불용성)의 양분들을 가용성으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이 효과를 고령화라고 하는 측면에서 보았을때 과연 '비료를 마냥 거부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퇴비로 하자는 것은 현재의 농업인구 구조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자칫 우리의 산림을 모두 퇴비로 바꾸어 끝장낼 여지도 있습니다.

 

  토양관리를 잘 하여 적은 비료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면 염류집적을 최소화할 수 있고, 농약은 건강한 생육을 통해 내성을 갖도록 하면 사용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분은 식초, 해수 등으로 일부 살균효과를 도모하고, 살충제는 자연농업협회에 요즘 불고 있는 살충제 제조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다듬으면 될 것입니다.

 

 토양관리가 잘 될 경우에는 비에 섞여 내리는 질소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걸러서 활용할 수 있고, 알칼리 성분은 토양 내부풍화 산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자립적 중, 소농의 영농의 부산물들을 퇴비화하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북핸드북이 사상적, 실천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비료량을 차츰 차츰 줄여나랄 수 있지만 토양관리가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비료를 갑자기 끊는 것은 엄청난 노동과 인내, 농업노동에 대한 회의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과수농가 베테랑들 얘기로는 한국토양에 부족한 것은 붕사 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알칼리, 미네랄 성분이 '없어서 못 먹느냐, 있어도 못 먹느냐' ' 라고 했을 때 열에 아홉은 있어도 못 먹는 상태라는 것인데 그 연결고리의 열리고 닫힘은 토양의 통기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7월 하고현상이 발생하여 좌지 후에는 지상부의 호밀이 넝마조각처럼 토양에 부착되어 2차적인 멀칭과 분해가 이루어지는데 이때도 무수한 미생물들을 다시 끌어모으게 됩니다. 이 경우 가장 자연적인 형태의 고사 모습을 우리들 밭에서 볼 수 있습니다. 땅속에 있는 뿌리가 죽은 뒤의 효과는 또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적은 양의 퇴비, 비료라도 아주 고르게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호밀사이갈이는 생존시에도, 죽어서도 위 조건을 아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상 간단하게 기술하였읍니다만

호밀사이갈이는 생존 그 자체로 무기양분 공급이외에 거의 대부분의 퇴비 효과 오히려 퇴비 이상의 효과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올해 하시면서 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땅속을 볼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월 사하원 합장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사하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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