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스크랩] 퇴비의 발효

동곡 2005. 5. 21. 18:15

발효의 사전적 의미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알 수 있으실 테니
그냥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기농법의 골자는
화학비료 대신에 영양분을 공급할 각종 유기물을
흙속에 투입한다는 겁니다.

그럼 식물의 뿌리가 이 유기물을 먹고 자라나요? 아닙니다. ㅎㅎㅎ
식물뿌리에 있는 입이 너무너무 작거든요^^
깻묵을 그냥 흙과 섞어준다고 식물의 뿌리가
이것을 얌얌 먹을 수는 없읍니다.

(요 아래 양무희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뿌리가 유기물을 직접 섭취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긴 합니다.)

 

식물이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무기물 형태로 바꾸어주어야만 합니다.
사실은 동물도 유기물을 먹기는 하지만
몸속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물 형태로 흡수합니다. 분해되지 않는 섬유질은
몸속의 유산균과 대장균의 도움을 받아
분해하기도 하구요^^

 

그럼 발효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유기물이 적당한 습도를 갖추고 자연상태에 노출되면
서서히 발효가 시작됩니다.
악취를 내면서 썪기도 하고,
쿵쿵한 냄새나 향긋한 냄새가 나면서
발효가 되기도 하지요.
참, 썪는것 역시 발효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구별하기 위해 유익한 발효균과
유해한 부패균으로 나누기도 합니다만
사람의 입장에서 나눈 것이지요^^
발효균이라면 사상균, 메주균, 누룩균, 유산균등이
대표적입니다. 더러 친숙하지요?

 

암튼 우리 주위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미생물들이 득실거리고 있다가
맛있는 먹이감이 생기면 달려들어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가 작용하여
먹잇감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무기물들이 만들어 집니다.
이때 미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열도 발생합니다.
두엄더미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을 보신적이 있으시죠?

그러다가 미생물에 비해 먹잇감이 작아지면, 즉
유기물을 다 먹어치우면 미생물들이 굶어죽습니다.
그러면 온도도 내려가고 발효가 끝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호기성, 혐기성의 다양한 미생물들에 의해
복잡한 증식과정을 여러 단계 겪습니다만
대충 이야기 하면 그렇습니다.

 

암튼 이런 상태로 흙에 들어가면
식물의 뿌리는 무기물 형태의 양분을
흡수를 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식물은 미생물의 똥을 먹는 셈이지요.

이렇듯 발효는 자연상태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런데 좀 느리기도 하고 게다가 발효보다
부패균이 먼저 활동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래서 발효가 잘 일어나는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술 빚을 때 누룩을 넣는다던가,
메주 띄울때 짚을 깐다거나 하는 것은
필요한 발효미생물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방법이구요,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청국장 띄우는 것은
온도와 습도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갑시다.
깻묵이나 한약찌거기를 발효시키려면
먼저 적당한 수분을 공급해줍니다.
여기서 '적당한'이라는게 좀 애매하지만
질척거리지 않고 손으로 쥐었다 놓으면
부서지는 정도로 촉촉하면 됩니다.

 

여기에 미생물을 구해서 접종합니다.
어디서 파냐구요? ㅎㅎㅎ 돈주고 사지맙시다.
눈에 안보인다고 약간의 기술로 특정 미생물을 배양해서
고가에 판매하여 농민을 우롱하고 있지만
미생물은 우리 주위에 득시글득시글합니다.
더우기 출처도 모르는 미생물이나 효소보다는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 밭에 사는 토착미생물들이
그곳에서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며 선별되고,
적응하여 살아남은 건강한 녀석들입니다.  

 

밭 주변의 그늘진곳에 낙엽이 쌓여 축축한 곳을
가만히 들쳐보면 하얀 곰팡이 균사가 슬어있지요?
토착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증겁니다.
균사가 안보여도 토착미생물들은 많이 있읍니다.
이런 부엽토를 긁어와 적당히 섞어
두엄더미를 만들어줍니다.

 

발효균이 싫어하는게 햇빛과 지나친 습기입니다.
그래서 두엄더미를 가마니나 거적으로 덮어놓습니다.
요즘 가마니는 구하기 힘드니 못쓰는 담요가 좋습니다.
비가 많이온다면 지나친 습도로 썪기 쉬우니
비가림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2~3일 지나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표면에 하얗게 균사가 자라는것이 보입니다.
두엄더미 속의 온도도 50도 이상 올라갑니다.
너무 뜨거워지면 그 열로 미생물들이 죽을 수도 있읍니다.
그래서 3~4일만에 한번씩 고루 뒤집어줍니다.
이렇게 서너번 뒤집어주다 보면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발효가 거의 완료된 것입니다.
이제 밭으로 가져가면 됩니다.

 

두엄의 온도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유기물의 분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발효균과 유기물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
더 이상의 폭발적인 증식이 멈추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퇴비를 그냥 밭에다 뿌려 놓아 햇빛을 받으면
자외선에 의해 미생물들이 죽게 됩니다.
따라서 퇴비를 뿌린 후 즉시 로터리를 치거나
흙으로 덮어주어 빛을 차단해야 합니다.
호미로 구덩이를 작게 파서 퇴비를 한줌씩 넣고
흙으로 덮어주는 것도 좋은방법입니다.
그러면 밭의 토양속에서 미생물들이 살아가면서
땅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게 됩니다.

 

하나 더 첨부하면 편식을 하면 좋지 않듯이
발효퇴비를 만들 때 가능하면 다양한 자재를 섞어주세요.
세제가 포함되지 않은 음식찌꺼기, 야채 다듬은 쓰레기,
잡초, 해초, 쌀겨, 생선 내장 등등
다양한 유기질 소재를 섞어줄수록 그 속에 포함된
다양한 무기질 영양소의 효과를 볼 수 있읍니다.

 

퇴비의 사용양도 궁금해하셨는데
우리도 과식하면 안좋지요?
퇴비도 무작정 많이 시용한다고 좋은것은 아닙니다.
더우기 퇴비만드는 일도 중노동이구요^^
과학적 토양분석을 통해 적량을 시비해야 하지만
매번 쉽지않은 일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작물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겁니다.
양분이 부족하면 누렇게 뜨고, 과다하면 웃자랍니다.
한포기에 발효퇴비 한줌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흙속의 미생물들을 건강하게 돌보아주는것
그리하여 땅이 건강해지고 작물이 건강해지고...
밭에서 나는 부산물들을 다시 밭으로 돌려주는 건강한 순환.
이것이 자연농법의 시작이요 끝입니다.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오두막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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