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농사는 농사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그만치 모종 농사가 어렵고 또 중요한 까닭입니다. 잔설이 남아있는 2월 중순이면 시작해야 하는 모종농사는 특히 온도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작은 터널을 만들고 모판에 전열선을 고루 깔아 줍니다. 그리고 밤이면 터널 위를 담요로 푹 덮어주어야 합니다. 고추모판 챙기듯 부모님 잠자리를 챙겨드리면 대단한 효자일 거라는 우스개를 할 정돕니다. 추운 날은 새벽 기온이 영하 10℃까지 떨어지지만 온상 안은 영상 15℃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바람이 많은 초봄에는 하우스 비닐이 찢어져 모종을 얼려 죽이는 일도 있고, 고지대의 특성상 밤낮의기온차가 유별나 한낮에 비닐하우스의 환기창을 열어주는 일을 잊어 모종을 모두 삶아 죽이기도합니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소홀할 수 있냐고 하시겠지만 그렇게 모종 농사를 망치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닙니다.
우리 마을에는 50여가구가 고추농사를 짖지만 한해 꼭 두세 집은 그렇게 모종농사를 망쳐 낭패를 봅니다. 흐린 날은 모판의 기온을 높이 유지해 주기위해 하우스를 닫아두고 밭에 나가 일을 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하면 하우스내의 온도는 급격히 올라가고 모종이 삶기기 시작합니다.밭일에 몰두하다 보면 해가 난 것도 잊어버리기 일쑵니다. 특히 연로하신 노인네들은 속수무책으로 모종농사를 망치는 일이 허다합니다.
파종을 한 뒤 35일이 지나 본 잎이 3~4장 나면 모종을 포트에 옮겨 심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잔뿌리가 많이 끊어지고 포트에 이식된 뒤 새 뿌리를 내립니다. 모종에게는 가혹한 첫 시련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강건한 뿌리를 가진 고추모종으로 거듭 태어납니다. 저농약 재배를 하는 그린고추의 모종은 특히 병해충에 강한 건강한 모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육모과정에서부터 많은 정성을들입니다. 특히 게르마늄 분말을 녹인 물을 서너 번 이상 관주하고, 자주 목초액을 희석하여 살포합니다.
또한 모판의 무법자 거세미 애벌레는 아기 손가락 굵기까지 자라는 징그럽게 생긴 시꺼먼 벌레로 모판의 고추 모를 모두 갉아 먹어버립니다. 거세미를 방제하기 위해 파종과정에서 살충제를 뿌려야 하지만 그린고추는 유황가루 살포로 살충제를 대신합니다. 결국 살아 남은 거세미는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거세미 애벌레를 '시커먼스'라는 애칭으로 부르지만 혹시라도 눈에 뜨이면 가차없이 처단합니다.
파종 뒤 65일이면 고추모종은 본밭으로 나가야 합니다. 본밭에 나가기 전 일주일동안 다시 한번 현지적응을 위한 가혹한 시련기를 거쳐야 합니다. 하우스의 온도를 거의 바깥기온으로 떨어뜨리고 관수량을 줄이며 바깥 바람에 모를 노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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